[마음이 머무는 시] 뚝배기 - 윤순희
[마음이 머무는 시] 뚝배기 - 윤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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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윤순희

 

된장과 풋고추
뚝배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삼총사가 만난 듯 보글보글 웃는다.

며칠을 못 본 사이
또 보고 싶어진다.
텃밭 애호박이 수작을 건다.
뚝배기집에 놀러 가자고

역시 친구는 죽마고우가 최고야

 

[시평]

‘뚝배기’, 참으로 정겨운 말이다. 뚝배기라는 말을 들으면, 그 투박한 생김새와 함께, 우리의 밥상 위에 올라 보글보글 된장의 냄새를 풍기며, 우리의 입맛을 돋우는 생각이 저절로 떠올라, 우리 모두는 저도 모르게 입안에 군침이 돈다. 

된장은 뚝배기에 끓여야 그 맛이 어울린다. 그만큼 된장은 투박하며 또 정겨운 우리의 정서가 담겨진 음식이다. 그런가 하면, 된장찌개는 풋고추, 호박 등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다른 무엇보다 이들 풋고추와 애호박만 들어가도 된장찌개는 그 맛을 충분히 낸다.

이런 된장찌개를 시인은 ‘삼총사가 만나 보글보글 웃는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뚝배기라는 집에 보글보글 거리며 함께 어우러져 사는 된장과 풋고추, 그리고 애호박이라는 삼총사. 된장찌개에 다른 재료들을 넣는다면, 그래서 된장찌개를 더 맛있게 끓이기 위하여 서양식의 재료를 넣는다면, 된장찌개의 본래 맛을 잃어버릴 수가 있다. 

그래서 마치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오랜 친구들이 서로 만나면 절로 웃음이 나오듯이, 이들 뚝배기라는 집에 함께 보글보글 거리며 사는 된장, 풋고추, 그리고 애호박은 정말 서로 어쩌지 못하는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아닐 수 없다.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사귄 친구, 그 죽마고우와 같은 된장찌개의 참맛이 오래 오래 그 맛을 우리들이 사는 이 세상에서 변치 않고 지속되기를, 그래서 훈훈한 세상이 되기를 시인은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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