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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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화순경찰, 20대 딸 숨지게한 부모 수사
피해자, 수도원에서 44일간 개종 당한 전력
“2차 개종 시도 알고 거부하다 변 당한 듯”

 

피해자, 생전 국민신문고 통해 대통령 탄원
“이단상담소 폐지‧개종목사 처벌” 등 촉구
“개종 강요는 명백한 헌법 위반, 대책 절실”

[천지일보=송태복‧황시연‧이미애 기자] ‘개종 강요로 인한 가정파탄’을 호소하던 20대 여성이 숨지면서 사망 배경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 화순경찰서는 펜션에서 나가려는 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딸을 숨지게 한 A(56)씨와 B(55, 여)씨 부부를 폭행치사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 40분께 전남 화순 한 펜션에서 딸 C(25, 여)씨와 종교문제로 다투던 중 나가려는 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C씨의 다리를 누르고 B씨가 C씨의 입을 틀어막아 수일 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C씨의 사인 관련 “질식사는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한 심폐 정지로 추정된다는 부검의 구두 소견을 토대로 A씨 부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 배경에 이단상담소 목회자 관련 정황

그러나 C씨가 지난해 6월 국민신문고에 “개종 교육으로 인해 행복한 가정이 무너졌다”며 “한국이단상담소 폐쇄와 강제개종목사 법적 처벌 및 종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탄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C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본질이 ‘종교 강요가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민신문고에 올린 탄원에 따르면 C씨는 2016년 천주교 수도원에 44일간이나 감금된 상태에서 개종을 강요당했다. 이후 재발을 우려해오다 이와 같은 변을 당했다.

한편 C씨가 처음 발견된 펜션에 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한 결과 C씨 가족이 머물렀던 펜션은 창문을 열 수 없도록 창문에 못질이 돼 있었다. 사실상 출입문만 닫으면 감금이 가능한 구조였다. 또 인가와 떨어져 있어서 펜션 내부에서 소리를 질러도 구조를 요청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지난달 30일 C씨가 발견된 전남 화순 모 펜션의 내부. 못을 박아 창문을 열 수 없도록 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난달 30일 C씨가 발견된 전남 화순 모 펜션의 내부. 못을 박아 창문을 열 수 없도록 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C씨 생전에 신변보호자로 위임받았다는 D(25, 여)씨는 “44일간이나 개종교육을 했지만 C씨가 개종되지 않자, 다시 개종교육을 하기 위해 가족들이 이단상담소 관계자들과 짜고 C씨를 납치해 온 것 같다”며 “1차 개종교육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C씨가 그런 사실을 눈치 채고 펜션을 나가려다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D씨는 “개종 피해자 대부분은 개종 될 때까지 2차, 3차 개종을 또 당한다”면서 “돈에 눈 먼 이단상담소 관계자들이 집요하게 가족을 교사한다”고 주장했다. 

D씨는 또 “개종 강요는 명백한 헌법 위반으로 대책이 절실하다”면서 “금번 사건의 배후에 이단상담소 목회자들이 관여한 정황이 있는 만큼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선 개종을 강요하는 부모 뒤에 숨은 이단상담소 관계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씨가 언급한 ‘개종교육’은 주로 ‘이단상담소’가 주축이 돼 자행하는 종교 강요 행태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소장 진용식 목사)를 필두로 전국망이 구축돼 있다. 진용식 목사는 과거 하나님의교회 신도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개종을 강요해 유죄를 받은 바 있다. 관련 조사 과정에서 10억원 이상의 수익이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권탄압 논란에도 돈벌이가 된다는 소문에 전국적으로 이단상담소가 늘어나면서 관련 피해자도 급증하고 있다. 

개종교육은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에 배치되는 명백한 불법행위기 때문에 피해자가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외진 펜션에서 많이 이뤄진다. 2007년에도 개종교육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신천지 교인인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실종부터 사망까지 사건 전말

지난 3일 C씨를 실종 신고한 D씨에 따르면 C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오늘 가족모임이라 저녁(모임)에 가기 힘들다‘는 문자를 교회 부서원들에게 보낸 이후 지난달 30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D씨는 “C씨가 개종교육에 또 끌려 갈 수 있다고 평소 두려워했다”면서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신변보호자로 나를 위임했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29일 C씨가 교회 부서원에게 보낸 문자 내용. 구씨는 이 문자 이후로 연락이 두절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년 12월 29일 C씨가 교회 부서원에게 보낸 문자 내용. C씨는 이 문자 이후로 연락이 두절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초동수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 40분께 C씨 부친의 신고를 받고 펜션에 도착한 119 대원의 신고로 이뤄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장은 취재진에게 “우리는 그날 (가족들이) 서로 다투고 했으니까 목을 졸랐던지 뭐 했던지 아무튼 가해를 했으니까 폭행치상으로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후 사건은 관할 경찰서로 이관됐다. 

C씨는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뇌사상태로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후 병원을 전전하다 사고 10일 만인 지난 9일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현장감식과 이후 부검에도 참여한 담당 경찰은 본지 취재진에게 “사체 허벅지 쪽에서 멍이 관찰됐으며, 부검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부모와 언니는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생전에 ‘개종목사 처벌’ 국민신문고에 탄원 

본지는 취재과정에서 C씨가 생전에 ‘한국이단상담소 폐쇄 및 강제개종 목사 처벌’ 등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통령 앞으로 보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신문고 탄원서에 따르면 신천지교회에 출석 중이던 C씨는 전남 장성에 위치한 수도원에서 2016년 7월부터 9월까지 무려 44일 동안 감금된 상태로 개종을 강요당했다. 당시 개종교육을 위해 수도원에 찾아온 이들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소속의 소장과 전도사였다. C씨는 당시 감금 상태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종교를 바꾸라는 말을 계속 들어야만 했다. 

C씨는 탄원서에서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소장이 시키는 대로 언니는 나를 감시하기 위해 멀쩡하게 다니던 초등학교(직장)를 휴직했고, 엄마는 사회복지사 일도 그만 두고 이후 가족은 신뢰를 잃고 깊은 감정의 골이 생겨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한국이단상담소 폐쇄와 강제개종목사 법적 처벌과 종교차별 금지법 제정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대통령에게 청원했다. 

C씨는 또 “강제 개종교육으로 납치와 감금 등의 인권유린을 경험한 대한민국 청년이 저뿐만 아니라 1천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대책을 촉구했지만 이후 가시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구씨가 지난해 6월 4일 “이단상담소 폐쇄‧개종목사 처벌해 달라”며 국민신문고에 올린 탄원서. 아래 편지 내용은 구씨가 당시 작성한 탄원서 내용 원문 그대로이며, ,독자가 읽기 쉽게 디자인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C씨가 지난해 6월 4일 “이단상담소 폐쇄‧개종목사 처벌해 달라”며 국민신문고에 올린 탄원서. 아래 편지 내용은 C씨가 당시 작성한 탄원서 내용 원문 그대로이며, ,독자가 읽기 쉽게 디자인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수도원에 40여일 감금, 개종 배후엔 이단상담소 목회자

본지는 사망한 C씨가 2016년 10월 “난 신천지인, 천주교 수도원서 40일간 강제개종교육 당했다”라는 인터뷰 기사(원문)의 취재원과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C씨는 “2016년 7월 영문도 모른 채 붙잡혀 40여일간 전남 장성에 있는 천주교 모 수도원 사제관에서 강제개종교육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C씨는 그해 9월초 수도원에서 나오면서 원장 수녀에게 어떻게 자신이 거기까지 가서 장기간 머물게 됐는지 사제관 사용 경위를 묻자 원장 수녀가 긴장된 표정으로 “수고했다”고 말했다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본래 수도원은 피정이라고 해서 2~3일 정도만 일반인에게 대여가 가능하지만 한 달 동안 어떠한 목적으로 빌려준 것인지 이상하다”면서 “이미 강제로 교육시키기 위해 사전답사가 있었고, 수도원과 모정의 약속이 있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C씨는 또 “강제개종교육이 광주 이단상담소 임모 전도사를 비롯한 박모씨에 의해 이뤄졌고, ‘신천지피해가족연대’와 연결됐다는 것을 감금된 상태에서 어머니의 편지를 우연히 보고 알게 됐다”며 강제개종교육의 배후를 폭로했다. 

또 “지난 (2016년) 8월 초부터 박씨가 와서 한 달 정도 강제개종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교육을 받고 신천지에서 빨리 나올 것을 재촉했다”면서 “그들(임모 전도사와 박씨)은 저를 집으로 보내고 가족과 상의해 후속교육을 시켜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로 출석하게 하려는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C씨는 강제개종교육 이후 심각한 후유증과 재발에 대한 두려움도 호소했다. C씨는 “수도원에서 나왔지만 또다시 끌려갈까봐 두려워 사랑하는 가족 옆에 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강제개종교육 후유증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밤에는 잠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낮에도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저를 붙잡아 차에 태워서 갈까 봐 겁이 난다”며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공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C씨는 이렇게 심적 고통을 겪는 중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한국이단상담소 폐쇄와 강제개종목사 법적 처벌 및 종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탄원하는 등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막기 위해 애썼다. 이제 그의 안타까운 호소는 유언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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