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사건’ 발생한 지 2년만
여성 “화장실 비밀번호 있어야”
경찰 “모든 가능성 열고 수사”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인근 한 건물에서 30~40대로 추정되는 신원미상의 남성이 1층 여자 화장실로 들어간 편의점 아르바이트(알바)생 A(20, 여)씨를 따라가 아무런 이유 없이 둔기로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하고 달아났다. A씨는 머리에 골절상을 입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고 병원에 후송됐으며 겨우 목숨을 건졌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기자는 17일 사건이 발생한 부평역 인근 건물과 그 일대를 찾아 묻지마 범죄로 인한 여성들의 불안감을 들어봤다.
사건이 발생한 건물 맞은편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김모(23, 여)씨는 “일하는 중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무서워서 안 가는 편”이라며 “오전엔 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화장실을 가는데 오후에는 화장실을 아예 안 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은 외진 곳에 있었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문이 열려 있었다”면서 “앞으로 건물 화장실은 입구 쪽에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설치하고 비밀번호도 꼭 설정해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남역 사건 이후로 공용화장실에 다니기를 꺼려한다는 김예은(21, 여, 인천시 남동구)씨는 “가게 내부에 있는 화장실은 가지만 큰 건물에 비치된 화장실은 거의 안 간다”며 “(이번 사건은) 부평지역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묻지마 폭행 사건들과 비슷한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늦은 밤이든 낮이든 화장실을 갈 때는 항상 여럿이서 간다며 묻지마 범죄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드러냈다.
사건이 발생한 건물 맞은편 편의점 사장인 정모(60, 여)씨는 “너무 무섭다”며 “우리 딸도 밖에서는 절대 화장실을 안가다가 집에 급하게 들어오자마자 신발 신은채로 화장실을 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여자들이 화장실 가는 것 때문에 병이 걸릴 지경”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인천 편의점 폭행 사건의 수사를 맡은 인천 부평경찰서는 강력계 형사 총 34명으로 이뤄진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범인을 뒤쫓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의 신원과 증거가 정확히 들어나지 않아 탐문수사부터 진행하는 중이다.
그간 경찰은 “2~3개월 전부터 A씨를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A씨 지인의 진술에 따라 스토커가 범인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의식을 찾은 A씨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 말고도 편의점 손님과의 다툼으로 인한 범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수사 중이라 경과보고는 자세히 하지 않고 있다. 현장 감식도 했으니 국립과학수사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