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인근 한 건물에서 30~40대로 추정되는 신원미상의 남성이 1층 여자 화장실로 들어간 편의점 아르바이트(알바)생 A(20, 여)씨를 따라가 아무런 이유 없이 망치로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하고 달아났다. 사진은 17일 사건이 발생한 건물의 여자화장실 입구.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7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인근 한 건물에서 30~40대로 추정되는 신원미상의 남성이 1층 여자 화장실로 들어간 편의점 아르바이트(알바)생 A(20, 여)씨를 따라가 아무런 이유 없이 둔기로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하고 달아났다. 사진은 17일 사건이 발생한 건물의 여자화장실 입구.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7

‘강남역 사건’ 발생한 지 2년만
여성 “화장실 비밀번호 있어야”
경찰 “모든 가능성 열고 수사”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인근 한 건물에서 30~40대로 추정되는 신원미상의 남성이 1층 여자 화장실로 들어간 편의점 아르바이트(알바)생 A(20, 여)씨를 따라가 아무런 이유 없이 둔기로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하고 달아났다. A씨는 머리에 골절상을 입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고 병원에 후송됐으며 겨우 목숨을 건졌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기자는 17일 사건이 발생한 부평역 인근 건물과 그 일대를 찾아 묻지마 범죄로 인한 여성들의 불안감을 들어봤다.

사건이 발생한 건물 맞은편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김모(23, 여)씨는 “일하는 중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무서워서 안 가는 편”이라며 “오전엔 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화장실을 가는데 오후에는 화장실을 아예 안 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은 외진 곳에 있었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문이 열려 있었다”면서 “앞으로 건물 화장실은 입구 쪽에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설치하고 비밀번호도 꼭 설정해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남역 사건 이후로 공용화장실에 다니기를 꺼려한다는 김예은(21, 여, 인천시 남동구)씨는 “가게 내부에 있는 화장실은 가지만 큰 건물에 비치된 화장실은 거의 안 간다”며 “(이번 사건은) 부평지역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묻지마 폭행 사건들과 비슷한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늦은 밤이든 낮이든 화장실을 갈 때는 항상 여럿이서 간다며 묻지마 범죄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드러냈다.

사건이 발생한 건물 맞은편 편의점 사장인 정모(60, 여)씨는 “너무 무섭다”며 “우리 딸도 밖에서는 절대 화장실을 안가다가 집에 급하게 들어오자마자 신발 신은채로 화장실을 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여자들이 화장실 가는 것 때문에 병이 걸릴 지경”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인천 편의점 폭행 사건의 수사를 맡은 인천 부평경찰서는 강력계 형사 총 34명으로 이뤄진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범인을 뒤쫓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의 신원과 증거가 정확히 들어나지 않아 탐문수사부터 진행하는 중이다.

그간 경찰은 “2~3개월 전부터 A씨를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A씨 지인의 진술에 따라 스토커가 범인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의식을 찾은 A씨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 말고도 편의점 손님과의 다툼으로 인한 범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수사 중이라 경과보고는 자세히 하지 않고 있다. 현장 감식도 했으니 국립과학수사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