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명문대학 교수는 이즈음만 되면 제자들을 위해 쓰고 싶지 않은 추천서를 쓴다고 했다. 기초과학부 교수로 있는 그는 해마다 20~30명의 제자가 의학전문대 추천서를 요청해 이제 주요 업무가 되었다며, 기초과학 없는 한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일본 로켓개발의 주역 고다이 도쿄대 항공우주회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로호는 한국 돈으로 러시아 로켓 개발 시험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북한도 로켓을 만드는데, 한국은 왜 이렇게 힘든가라는 질문에 고다이 회장은 “북한은 국민 생활을 희생하면서 모든 것을 그쪽에 걸고 있다. 지금 한국이 로켓을 국가의 제1과제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세계 7번째로 5전 6기만에 기상관측위성 ‘천리안’이 성공적으로 발사됐지만, 천리안이 나로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국민들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이 와중에 일본 우주개발의 새 지평을 연 고다이 회장의 지적은 한국사회가 기초과학을 어떻게 대하고, 준비하고 있는지를 생각게 한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 국외에서 연구 중이던 많은 과학자들이 조국의 부름을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왔다가, 과학자들의 연구특성을 이해 못 하는 군사정권의 감시 탓에 눈물을 흘리며 다시 돌아갔다는 얘기가 있다. 세월이 흘러 대한민국은 G20 정상회의를 유치할 만큼 당당히 세계 속에 우뚝 섰지만, 조국의 미래를 위해 연구할 과학자는 사라지고 있다.

과학자의 꿈을 안고 이공계에 지원했던 인재들도 막상 자신보다 못하거나 비슷한 위치에 있던 친구들이 의사라는 신분을 통해 사회적 기반을 다지는 것을 보면서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또한, 나름의 자부심으로 연구를 계속하려고 해도 특정소수를 제외하고는 순수연구는 그저 이상일 뿐이다.

인류는 과학을 통해 눈부시게 변화됐다. 눈부신 변화를 이룬 한국이 다시 눈부신 도약을 꿈꾸는 만큼, 의학전문대 중간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는 기초과학부에 대한 본질적 대책과 더불어 인재들이 순수과학에 몰두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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