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흥룡(동아시아문제연구소 소장 통일교육위원)

해마다 6월이 되면 우리는 지난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 영령들 앞에 고개 숙이고 그분들의 숭고한 넋을 기린다. 동시에 남북이 갈려 있는 이 어두운 현실에 대해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조상들이 대대로 가꾸고 지켜 온 땅 위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국토가 어떻게 지켜져 온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지키고 가꾸어 나갈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 해 이 땅을 탐내던 북쪽, 남쪽의 왜구로부터 번번이 침략을 당해 왔다. 그러나 피 흘려 이 땅을 지킨 선조들의 희생으로 무사히 국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6.25전쟁은 북한의 도발에 의해 일어난 민족상잔의 비극이었다. 이때도 우리 국민은 단결하여 그들을 물리쳤으나, 현재는 남과 북이 단절돼 가족끼리 생사 확인도 못하는 슬픈 상황에 놓여 있다.

북한은 ‘모든 사람들이 다 잘 먹고 잘 입고 평등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한다고 하면서 노동과 혁명에 대한 집단정신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된 통제 사회로 주민들이 김정일 우상화와 권력 계승 속에서 살고 있다.

몇 년 전, 남북 적십자 이산가족 교류가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TV를 통해 보인 북한의 모습은 상상만큼 초라하거나 황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마다 가슴에 김일성 뺏지를 달고 다닌다거나, 남측 기자에게 자유로이 취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등 태도는 석연찮은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감시의 눈을 피한 어떤 기자가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이제 곧 추석인데, 추석에 무엇을 하십니까?”
“추석요? 추석이 뭡니까?”

“아니, 추석이 뭔지 모르십니까? 추석에는 송편도 빚고 음식도 차려 조상님께 차례도 지내지 않습니까. 여기서는 그런 걸 하지 않나요?”
“그런 건 몰라요. 대신 우리는 김정일 동지의 생신에는 고깃국을 먹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몹시도 당황하는 기색이었으며, 무언가 꺼리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그들이 보여준 북한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으며, 미처 보지 못한 실상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교류된 문화예술단의 행사를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의 춤과 노래가 전통적인 고유의 것인데 반해 그들의 것은 많이 침식되고 변질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생활 풍습이나 가치관 등 문화가 우리 전래의 것과는 차이가 있음을 보면서, 우리는 단절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맛보아야 했다.

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며 조상 대대로 미풍양속을 계승 발전시키는 우리의 문화와, 폐쇄되고 통제된 가운데 집단과 혁명의 투쟁 정신으로 개인의 행복이나 이웃 간의 정은 무시하는 그들의 사상 중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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