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 이도흠(한양대 교수) 운영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5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 이도흠(한양대 교수) 운영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5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 이도흠 운영위원장
 

종교개혁 없이 사회개혁 불가능

촛불항쟁 ‘종교의 장’서 완수돼야

종교계 적폐는 ‘돈’ ‘성직자 타락’

 

권력·자본·사법·언론과의 카르텔

현재 종교세력 만한 거악은 없다

정교유착과 돈, 두 고리 끊어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난해 종교계는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원효대사 탄생 1400주년을 맞아 두 인물의 종교개혁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이 평신도들을 주축으로 이뤄졌다. 이후 평신도들은 학문연구에 그치지 않고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연말 종교개혁 선언을 선포해 종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들은 왜 종교계를 향해 개혁을 부르짖었을까. 추진위 운영위원장인 한양대 이도흠 교수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다음은 질문과 답.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 구성 배경은.

종교계의 적폐가 임계점에 이른 점과 촛불이다. 지금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던 대중들이 “이게 종교냐?”라고 절규하고 있다. 종교개혁 없이 사회개혁은 불가능하다. 촛불항쟁은 종교의 장에서도 타올라 촛불혁명으로 완수돼야 한다.

이에 작년 10월 13일에 경동교회에서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원효 탄생 1400주년 기념-종교개혁을 함께 생각한다’ 학술대회가 있었고 여기서 발표한 그리스도교 이정배 교수와 황경훈 소장, 불교 박병기 교수와 이도흠 교수, 그리고 사회를 본 손원영(서울기독대) 해직 교수 등이 모여 한국 종교의 개혁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던 차에 이규완 교수가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12월 3일에 마지에서 기초위원(개신교: 이정배, 이은선, 정경일, 불교: 이도흠, 박병기, 박광서, 천주교: 황경훈, 신승환)과 실무위원(김현진, 전준호, 배병태)이 모여 회의를 열고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종교개혁 선언을 하기로 결정했다.

- 종교계 ‘적폐’란.

가장 큰 문제는 자본주의적 시장질서와 배금주의가 예배당과 절까지 지배하는 바람에 대다수 신자들이 하느님(하나님)이나 부처님 대신
돈을 섬기며 성직자와 스님들이 타락한 것이고, 그러면서 청정한 종교 공동체가 해체돼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도모하게 된 것이다.

배금주의, 도덕적 타락과 공동체의 해체, 성직자와 스님들의 타락, 정교유착,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방관이 공통적인 요소라면 종교별로 차이도 있다.

불교에서는 자승 총무원장 체제에 들어 계율을 위반한 범계승들로 카르텔을 형성해 권력과 재정을 독점하면서 외려 청정한 불자와 스님들을 주변화한 것이 가장 큰 적폐다. 개신교에서는 대형교회의 독점과 횡포, 세습이 가장 큰 문제이고, 가톨릭에서는 대형의료 시설과 사회복지 시설을 통한 자본증식 활동에 사목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추기경과 신부 등 남성 성직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이 가장 큰 적폐다.

-세 종단 외 다른 종단 평신도들의 참여율은 어떠한가.

작년 12월 26일 12시 현재 총 2175명과 55개 단체가 서명한 가운데 무종교 및 이웃종교의 평신도는 개인 402명, 단체 1곳이 참여했다.

- 종교개혁에 대한 요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실망하는 종교인들도 많았다. 추진위원회의 활동으로 종교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가.

종교세력 만한 거악은 없다. 이들은 권력, 자본, 사법부, 언론, 전문가 집단과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촛불에도 이 카르텔의 권력은 조금도 균열되지 않았다. 그러기에 근본적이고 완벽한 종교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촛불이 있고, 역설적으로 종교의 모순이 임계점에 있고 “이게 종교냐?”라고 분노하는 대중이 있다.

이 대중을 정치적인 시민 주체로서 잘 조직화하고, 경우에 따라 성직자나 스님들 가운데 우리의 취지에 동의하는 분들과 연대해, 전략과 전술을 잘 세워서 담론 투쟁, 여론투쟁, 제도개혁운동, 신행운동을 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 이도흠(한양대 교수) 운영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5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 이도흠(한양대 교수) 운영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5

 

- 사회사건·사고 지면을 장식하는 범죄에 걸려드는 종교 인사들은 대부분 종교지도자들이다.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변화를 이끌 방책이 있는가.

여론이나 도덕성에 호소해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본다. 바뀐 정권도 이들과 유착관계의 큰 틀 속에 있기에 정권에 기대는 것도 마찬가지라 본다. 종교 지도자들이 실정법을 어긴 범죄자임에도 종교 권력을 유지하도록 역할을 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두 고리는 정교유착과 돈이다.

국고의 종교 지원금 국정 감사를 청구하는 서명운동, 종교 투명성 감시 센터를 중심으로 한 진상조사와 발표, 적폐 성직자와 스님들에 대한 신자들의 헌금과 보시 거부운동 등이 함께 일어나고, 이를 위한 여론전과 담론투쟁이 잘 조직되면 가능하다.

- 분별없이 따르는 신도들이 종교지도자들의 권력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신도들이 분별력을 갖도록 할 방법이 있다면.

촛불에서 주권자로 인식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서 정권을 교체했지만, 이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조직화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시민사회가 형성되지 못했다. 아직 주술의 정원에 머물러, 신자들이 성직자나 스님들의 중세적이고 주술적인 언술과 행위에 휘둘린다. 근대화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포스트 세속화 시대를 맞았다.

근본주의 종교는 탈종교화의 흐름 속에서 신도들이 늘고 성직자와 스님들에 대한 팬덤(fandom)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 명상과 치유 등 종교상품이 3차 서비스 산업화하는 등 ‘재주술화’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신자들에게 시민사회의 의식을 각성하는 교육, 이들을 정치적 주체로서 조직화하는 운동이 먼저 행해져야 한다. 이들이 주체가 되어 절과 예배당에 공론장을 형성하고 이곳에서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논의한 것을 실천하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 종교개혁 선언문 발표 이후 올해 3.1운동 100년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3.1운동 100주년 국민대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여러 운동을 전개하려 한다. 크게는 세 가지다. 하나는 각 종교별로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매달 정기적으로 포럼, 기도회, 집회, 기자회견, 성명서,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의 실천을 통해 기득권 종단은 물론 종교 권력층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자본-국가-보수언론-사학의 카르텔을 압박할 예정이다.

또 하나는 기존의 종단 바깥에서 청정종교를 열망하는 평신도만으로 예배와 법회를 해 청정한 종교의 광장을 만들어가면서 기성 종단을 주변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적폐 스님, 목사님, 신부님 밑에 있더라도 내 자신이 하나님(하느님)과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맑고 향기로운 신행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시대의 삶과 문화에 맞게 청정한 신자들의 청규와 사회교리서를 만들어 우선 나부터 청정한 수행과 삶과 신행을 실천하는 것이다.

- 국민대회 방식은.

각 종교·단체별로 논의해보아야 하지만 광화문에서 전국 단위로 종교개혁을 열망하는 신자와 성직자, 스님들이 모여 그동안의 종교개혁 성과와 지혜를 공유하고, 아직 잔존한 종교 적폐의 청산 의지를 다질 예정이다. 또 문명의 대전환, 통일운동, 포스트 세속화 시대의 종교의 지향점 등에 대해 새로운 전망과 실천을 결의할 계획이다.

- 각 종교 평신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대다수 절과 예배당은 성스러움과 무한, 빛과 소금을 상실한 채 영화 한 편보다 더 가르침을 주지 못하고, 일개 상담소보다 더 마음을 치유하지 못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 열 사람이 한 곳을 항해 나아가면 세상이 바뀐다. 좌절도, 과대망상도, 포기도 하지 말고, 우리가 연대하면 종교개혁이 가능하다는 희망과 의지를 가지고 적극 참여해주기 바란다.

종교개혁은 남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종교 적폐로 인해 많은 시간과 재정을 투여하고도 치유도, 소망 실현도, 거듭남이나 깨달음도, 천국이나 극락으로 가는 열쇠도 얻지 못한 ‘나’의 문제다. 내가 깨달아야 세상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어야 나의 깨달음이나 거듭남도 유지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웃들을 구제·구원할 수 있다.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 이도흠(한양대 교수) 운영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5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 이도흠(한양대 교수) 운영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5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