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국민의당 분쟁이 개혁정당 모태일까, 망하기일까
[아침평론] 국민의당 분쟁이 개혁정당 모태일까, 망하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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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정치가 본래 국가·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긴 해도 그 행해지는 과정에서 볼 때에 매우 분탕하다. 여야 사이든, 같은 정당 내 주류와 비류 간이든 불협화음과 알력이 상존하고 있으니 하루도 조용하게 넘어가는 날이 없다. 요즘 국민의당 사정을 보면 바른정당과의 통합파와 반(反)통합파로 갈라져 아주 야단스럽고 부산하게 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게 보기에도 딱할 정도다. 정당 간에도 정체성과 정강(政綱)에 맞으면 합당할 수도 있고, 같은 당일지라도 이념이나 실제에서 추구하는 바가 다르면 개별 탈당하거나 의기투합되는 당원끼리 조직을 따로 만들어 분당해 나갈 수도 있다. 이것은 정치조직의 속성이요, 민주주의 정당의 자율성인 것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집단정치를 하다보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함께 행동하다가도 달리 방도가 없어 갈라서더라도 원수져서는 안 되건만 국민의당에서는 갈라지기 전부터 상호 비방전을 펴고 있으니 모양새가 좋지 않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통합 찬반파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누워서 침 뱉는 꼴이다. 보수와 진보 양대 세력 간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와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당 본연의 활동을 펼치고자 중도 정당, 제3지대를 향해 의기투합중인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통합이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찬반 양쪽의 정치공세가 하루가 멀다 않고 계속되고 있다. 

양당 간 통합 선언이 1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만나서 결속을 재다짐한 가운데 통합반대파의 리더인 박지원 의원의 안 대표에 대한 비난은 집요하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과 당내회의를 통해 안철수 대표를 공격하고 있으니 여러 가지 목적의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 호남의 당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국민의당은 창당 과정이나 지난 총선에서 호남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던 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의 거의가 호남출신인 점에서 그 리더격인 박지원 전 대표가 호남정서를 읽고 탈(脫)호남 하여 전국정당으로 입지를 굳히려는 안 대표에게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모양새다. 그는 11일 SNS를 통해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시키는 대로 하는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하다”고 안 대표를 비판하면서 “광야에 벌거벗고 서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정체성, 가치관, 호남을 지키겠다”는 글을 올렸다. 또 “안철수 대표가 박정희·전두환의 길을 가고 있다”며 독재자에 빗대며 통합 반대파의 전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민의당 내에서 통합 찬반파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정치에 있어서의 정당성(正當性) 확보다. 찬성파를 이끄는 안철수 대표는 “지금까지 이루지 못했던 영호남 화합 상징으로서의 정당,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양당들과는 다른 개혁정당을 만드는 게 우리 비전이자 꿈”이라며 강공 드라이버를 걸고 있다. 한편 반대파에서는 바른정당의 정체성과 국민의당이 맞지 않고 지금까지 당을 지탱해준 호남민심을 배반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쪽 입장이 극한 대치중이긴 하나 틀린 주장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정당사에서 주류를 이뤄왔던 양당정치가 당리당략에 치우쳐 국민을 위한 정치는 뒷전이었음은 사실이다. 그러한 폐단을 고치고 극단의 양대 이념에서 벗어나 중도정치, 국민을 위한 새로운 혁신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통합파들이 내세우는 정당성인 바, 한국정당사에서 양당정치의 폐해가 곧바로 국민 피해로 이어진 과거의 교훈을 보더라도 이론상, 실제상으로 정당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당위성을 고집하는 안 대표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국민의 시선은 전과는 다르다. 안 대표를 대하는 관심이 다른 것이 아니라 안 대표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정치에 첫발을 디뎠던 2010년, 서울시장 후보를 사퇴한 것과 2012년 민주당 내에서 대통령 후보를 양보했던 빌미로 인해 안철수 대표는 그의 이름과 뜻이 다른 ‘철수(撤收)’라는 닉네임을 얻게 됐다. 이는 정치인으로서 양보의 미덕보다는 ‘유약함’이라는 덜미에 잡혀 부정적 이미지로 새겨진 단점이었다. 

하지만 정치 풍파를 겪다보니 요즘에 와서는 정치적 고비 때마다 강공책으로 돌파해내고 있다. 통합을 위해 당대표 신임 묻기 당원투표도 그러하고, 국민의당 중립파들이 내놓은 중재안, 즉 ‘대표의 선(先)사퇴와 후(後)전당대회 개최’도 수용하지 않음도 그렇다. 계획대로 전당대회를 강행하겠다고 통합 배수진을 친 안철수 대표가 통합 성사를 위해 바쁜 만큼 반대파들의 행보도 바쁘다. 국민의당 탈바꿈이 개혁정당 모태가 될지, 모두 망하기가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정치에서 절대 정답은 없는 법이다. 설령 가는 길이 다를지라도 당초 의기투합한 동지들을 적대시하는 것은 정치도리가 아니다. 국민의당 운명이 어떻게 될지, 한국정당사에서 제3당, 중도의 길이 과연 성공할지는 변수로 남아있지만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고, 정당이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니 분탕(焚蕩)하지 않고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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