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양한 물질은 모두 입자로 구성돼 있고 입자들은 또한 원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자들이 결합해서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내므로 공기, 물 등과 같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물질들은 최종적으로 원소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수소 2개와 산소 하나의 결합인 H2O 분자는 우리 몸속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이 됐고, 나트륨(Na)과 염소(Cl)가 결합된 분자인 NaCl은 모든 음식에 거의 사용되는 ‘소금’이 되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됐다. 이러한 여러 원소 중 탄소(Carbon)는 매우 특이한 원소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연필심의 주 성분도 탄소이고, 콩알만한 크기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다이아몬드 또한 탄소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배열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물성을 띠게 되는 것인데 다이아몬드의 경우 탄소 원자가 정사면체의 각 정점에 배열돼 있으며, 그것이 연속적으로 결합된 강한 구조를 이루는 반면, 흑연은 평면모양의 판이 계속 겹쳐져 켜켜이 쌓여 있는 구조로 돼 있어 결합력이 매우 약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C산업이 미래산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C산업이란 원유, 가스, 석탄 등 탄소원료에서 인조 흑연, 탄소섬유, 탄소나노튜브 등 탄소 소재를 이용한 항공기,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활용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탄소 소재는 스스로 가지고 있는 재료의 우수성은 물론 타 소재와 융합하는 응용 가능성이 매우 높아 산업 활용성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산업 전반적 차원에서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인류 생존사는 끝없는 적응과 변화, 혁신을 통해 발전해 왔다. 변화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걸 추구할 때 생겨나며, 통상 소재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소재를 만들면서 추구돼 왔다. 이 중 그래핀은 강철보다 약 200배 이상 단단하고, 구리보다 약 100여배의 전도성을 가지며, 반도체의 주재료인 실리콘보다 50배 이상 빠르게 전자를 이동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차세대 전자 소재로서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흑연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배치된 평면형태의 이차원 탄소 동소체(같은 원소로 되어 있지만 원자의 배열이 다른 물질)이며, 그래핀은 이렇게 벌집모양 구조로 배치돼 강한 공유결합을 통해 이루어진 흑연에서, 유기적인 접착력을 유지해 아주 얇게 떼어낸 것이다. 핵 주위를 도는 전자들은 2의 n승의 배수를 만들어 회전하고자 하며, 이에 따라 탄소의 수인 6에서 주변의 전자 2개를 더 얻어 8이라는 수를 만들고자 서로 결합하는데, 이를 서로 이용한다는 의미의 공유(共有)라는 용어를 넣어 공유결합이라 한다. 이처럼 그래핀은 흑연의 켜켜이 쌓여있는 평면모양의 2차원 판 자체의 결합력이 약한 것을 이용해, 그 평면의 판만 떼어내면 공유결합으로 이루어진 강력한 소재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핀은 최초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가임교수와 노보셀로프 박사가 2004년 연구실에서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면서 분리, 추출해 내었다. 두 사람은 이 공로로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는데, 지구상에 엄청나게 분포돼 있는 흑연이란 자원을 활용한 특별한 소재 발견의 대가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핀은 소재의 강력함, 신축성, 전도율, 빛 투과성 등 모든 부분에서 기존 소재 대비 탁월한 성능을 가지고 있어 유기반도체, 고성능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휴대폰, 자동차 부품 소재 등 그 활용이 매우 큰 신세대 물질이다. 이는 실리콘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반도체 처리속도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 전자 및 IT산업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순도가 높은 그래핀을 저렴한 방식으로 대량으로 추출해야 한다는 것인데, 증기증착법 등 여러 방법이 연구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추출방법이 여전히 제시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그래핀을 이용한 놀라운 성능의 전자장비, IT기기들의 출현이 우리 앞에 현실화 되는 세상이 오리라 기대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