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량 한옥을 쉽게 볼 수 있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한옥마을 ⓒ천지일보(뉴스천지)

북촌, 건축 획일화·상가 증가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한옥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실례로 지난 23일 서울시가 제2의 북촌으로 주목받고 있는 경복궁 서측 구역을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옥마을 지키기에 힘쓰는 데는 경제성장에만 급급했던 우리가 잊어버렸던 전통문화를 다시 되찾고자 하는 의지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단순히 한옥을 이용한 도시디자인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냥갑 아파트 숲

한국전쟁 직후 정부는 당장 국민들의 끼니 때우기와 국토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잘 살아보세’라는 목표 아래 성냥갑과 같은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도심복판을 흐르던 개천을 덮어 도로를 만들었다. 사람이 자연과 함께할 수 있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수십 여 년이 지나자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과 ‘전통’이 떠올랐다. 이러한 바람은 우리나라에도 불기 시작한 것. 지난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친환경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며 ‘녹색성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도시개발부분에서도 녹색바람과 함께 전통이 묻어나오는 디자인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프라하 자체만으로도 세계유산

발트삼국의 모습은 고풍스러운 풍경 대신 콘크리트 시멘트로 둘러싸인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오래된 성(城)과 건축, 골목길마다 중세 모습이 그대로 담겼기 때문이다. 프라하는 도시개발을 하지 않아도 동화 속 같은 풍경으로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프라하뿐만 아니라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삼국은 각자 독특한 전통 건물을 살려 관광대국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기성복 같은 한옥은 안돼”

최근 서울이 가고 싶은 세계도시 3위에 올랐다. 몇 년 새, 덮었던 개천을 복원하고 전통을 살린 도시디자인사업이 활발히 진행된 결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전통가옥을 짓는다고만 해서 전통 분위기가 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시행되는 모습을 보면 ‘빛 좋은 개살구’격”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서울시는 제40차 도시건축 공동위원회에서 가회·삼청·안국동 등 북촌일대 112만 8372㎡에 ‘제1종 지구단위계획’안을 심의·가결했다. 이 안건은 용도지역과 용도지구를 바탕으로 건폐율과 용적률을 지역별로 따로 적용하고 높이·용도계획 등도 지역별 특성에 따라 14구역으로 나눠 별도의 보전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다시 말해 한옥밀집지역인 가회동에는 한옥만 신축할 수 있으며, 북촌 2·3구역은 한옥이 아닌 건물에 한해 최고 높이를 4m와 8m로 제한된다. 이는 북촌 내 한옥 건축 활성화를 위해 한옥이 아닌 건물을 짓더라도 경사형 지붕이나 전통 담장을 설치해 주변 경관과 어울리도록 한 것이다.

시의 계획에 대부분의 북촌 거주자들은 “아니올시다”는 반응이다. 지구단위계획안을 살펴보면 삼청동길1~2구역, 북촌길, 가회로 등 대로변에 건축할 수 있는 건물 높이가 12m 이하로 획일화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옥을 관람하러 온 관광객을 위한 상업시설이 늘어나면서 ‘제2의 인사동이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삼청동의 한 주민은 “인사동은 전통거리인 척하는 것일 뿐”이라며 “한옥이 모두 똑같지 않은데 획일화시키거나 상가가 증가하는 것은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서울시에 있는 한옥마을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