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환구단 부속건물인 환궁우 ⓒ천지일보(뉴스천지)

圜 제1소리값 ‘원’ 하늘·둥글다 가리켜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문화재청은 지난 2005년 서울 중구 소공동 사적 제157호 명칭을 ‘환구단(圜丘壇)’이라고 정했다. 그간 원구단(圜丘壇)과 환구단 사이에서 생긴 명칭 갈등에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도 사적 이름이 원구단인지 환구단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논란의 핵심은 원/환구단의 한자 표기인 ‘圜’을 ‘원’으로 읽을 것인지 아니면 ‘환’으로 읽을 것인지의 문제다. <고종실록>에서 원구단 관련 글을 찾아보면 한글 표기 없이 한자로만 ‘圜丘壇’으로만 쓰여 있다.

문화재청이 환구단이라고 명명한 데는 1897년 10월 12일자 독립신문 논설을 근거로 내세웠다. 문화재청은 “당시 고종의 고제(告制)를 보도한 독립신문을 보면 환구단으로 표기돼 이에 맞게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리문화재 자료연구소 이순우 소장은 “독립신문 1897년 10월 5일자와 10월 7일자에는 원구단이라고 표기됐으며, 원/환구단이 들어설 무렵 우리나라 화폐 단위는 ‘원(圜)’으로 영문표기도 ‘WON(원)’이었다”며 “따라서 독립신문에 ‘환구단’이라는 표기가 나온다고 해서 환구단이라고 불러야 하는 절대적 근거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특별시사 편찬위원회 나각순 연구간사는 “하늘은 둥글다는 전통 천문관에 따라 천원(天圓)이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하늘에 제를 올리는 둥근 모양의 단은 둥글다는 의미의 ‘원’자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한자사전에서 ‘圜’을 찾으면 제1소리값으로 ‘원’, 제2소리값으로 ‘환’이 등장한다. ‘원’의 의미는 둥글다·하늘·돈을 가리키며, ‘환’은 두르다·둘레의 뜻으로 사용된다.

이 소장은 “<강희자전(康熙字典)>에는 ‘圜丘’라는 뜻풀이가 포함된 구절이 인용됐다”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 원구단(圜丘壇)이고 땅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 방구단(方丘壇)이었으며, ‘둥근 하늘’에 제사를 모셨기 때문에 ‘둥글다’라는 뜻을 가진 ‘원’의 소리값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환구단보다 원구단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소리값의 뜻에서도 나타나며, 현대에 들어와서 1980년 문화재위원회가 원구단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환구단의 명칭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대다수 역사학자들이 <독립신문>을 근거로 환구단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문화재청의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는다. 이들은 “해당 글자가 지니는 의미를 생각하고 다양한 사료(史料)를 모아 살펴본 뒤 이름을 정해야 한다”는 데 공통적 의견을 펼치고 있다.

원/환구단은 고종이 1897년 10월 남별궁(南別宮)터에 황제 즉위와 대한제국의 출범을 알리는 고제(告祭)를 지냈던 둥근 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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