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가 고문치사로 사망한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대공분실)의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3
박종철 열사가 고문치사로 사망한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의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3

경찰 지도부, 31주기 하루 앞두고 첫 공식 추모
이철성 “이 공간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할 것”
박은숙씨 “지금 같았으면 잡혀가지 않았을 것”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옛 대공분실)에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가 박종철 열사 영정에 헌화하며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경찰청 인권센터 509호 조사실은 박 열사가 지난 1987년 1월 고문치사로 숨진 장소다. 당시 경찰은 고문치사 사실을 숨기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며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이 청장 등 경찰 지휘부는 이날 단체로 경찰청 인권센터를 공식적으로 박 열사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경찰청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를 방문한 이철성 경찰청장이 박종철 열사 사망 31주기를 하루 앞두고 박종철 열사에게 헌화하고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3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경찰청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를 방문한 이철성 경찰청장이 박종철 열사 사망 31주기를 하루 앞두고 박종철 열사에게 헌화하고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3

이 청장은 509호 조사실에 마련된 박 열사의 영정 앞에 국화를 헌화하며 추모한 뒤 지난 1985년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고문이 고문당한 515호 조사실도 둘러봤다.

이어 이 청장은 4층에 마련된 박종철 추모전시실을 방문했다. 이 청장은 이곳에서 박 열사에 대한 자료와 지난 1987년 민주항쟁에 대한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 청장은 “최근 영화 ‘1987’을 통해 많은 국민이 30년 전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 경찰의 잘못을 성찰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권 경찰로 거듭나고자 내일 추도식에 앞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민간단체에서 추진하는 경찰청 인권센터를 넘겨달라는 청원운동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가건물이라 무상임대가 안 된다”면서 “시민단체와 만나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협의를 진행해 그들의 뜻에 맞는 쪽으로 이 공간이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13일 박종철 열사 사망 31주기를 앞두고 박종철 열사의 누나(박은숙씨)가 서울시 관악구에서 ‘박종철 거리’를 제정하는 행사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3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13일 박종철 열사 사망 31주기를 앞두고 박종철 열사의 누나(박은숙씨)가 서울시 관악구에서 ‘박종철 거리’를 제정하는 행사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3

또 이날 오후 서울대 인근 박종철 열사의 하숙집이 있던 대학5길 9 골목이 ‘박종철 거리’로 선포됐다.

박 열사의 누나 박은숙씨는 이 자리에서 “동생이 3년간 학교와 집을 오간 골목에 와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그때 골목이 지금처럼 화려했다면 종철이가 새벽에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지 않았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씨는 최근 영화 ‘1987’을 통해 민주화에 목숨 바친 열사들에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해 “종철이를 추억하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 추억과 기억에만 머물지 말고 참민주화와 참통일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시 출발하자”고 말했다.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박종철 거리’ 선포식 참석자들이 13일 서울 관악구 대학5길 박종철 열사의 하숙집 인근 길에서 박종철 거리를 선포하며 박종철 열사 동판 제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3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박종철 거리’ 선포식 참석자들이 13일 서울 관악구 대학5길 박종철 열사의 하숙집 인근 길에서 박종철 거리를 선포하며 박종철 열사 동판 제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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