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각료회의실에서 의원 대표들의 이민정책안을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9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각료회의실에서 의원 대표들의 이민정책안을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이티 등 국가들이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거지소굴(shithole)’이라고 발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예쁜 한국 여성이 대북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인종·성차별 발언을 했다고 알려져 국제적 파장으로 비화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아이티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인종차별로 판단하고 “모욕적이고 부끄러운 서술은 높은 정치 권력이 가져야 할 지혜와 자제, 분별력 등 아무런 미덕도 보여주지 못한다”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공화·민주 의원 6명과 만나 이민개혁 해법을 논의하던 중 아이티 등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우리가 왜 거지소굴(shithole) 같은 나라들에서 이 모든 사람이 여기에 오도록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저속한 발언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며 “아프리카인과 흑인들은 존경과 배려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55개국 국제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무사파키 마하마트 AU 집행위원장 대변인 에바 칼론도는 “얼마나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노예로 미국에 도착했는지 등 역사적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발언은 정말 용납할 수 있는 행동과 관행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분명 인종차별주의적인 것이며 아프리카인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UNOHCHR)도 “미국의 대통령이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발언을 했다”며 “유감이지만 그를 부를 수 있는 말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다카) 회의에서 나에 의해 사용됐다는 언어는 거칠다”며 “그러나 이는 (나에 의해) 사용된 언어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 참석해 브리핑한 민주당 딕 더빈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지소굴’ 발언 사실을 확인하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NBC뉴스가 ‘트럼프가 인종과 민족에 대한 발언으로 예법을 어긴 역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과 여성혐오적 발언을 했다고 폭로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NBC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익명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가을 미 정보기관에서 인질 정책 분석가로 일하는 한국계 여성에게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고 그는 “뉴욕”이라고 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같은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동양계 외모이기 때문에 부모의 고향이 어디냐는 취지로 물은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네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고 이 여성은 부모가 한국 출신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옆에 있던 고문에게 “예쁜 한국 숙녀가 왜 트럼프 정부를 위해 북한과 협상하는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도 이날 ‘트럼프가 예쁜 한국 여성 분석가에게 북한 업무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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