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복 행복에너지 대표

우리는 수많은 정보가 넓게 그리고 질서 없이 퍼져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정보화 시대의 문명인으로서 모르면 안 되고 당장 갖거나 사지 않으면 안 될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한시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놓지 않는다.

◆나는 나의 내면을 음미하고 있는가

2018년 무술년의 첫달 11일 ‘시가 있는 아침’을 출간하며 잠깐의 한가로움이 찾아와 잠시나마 나의 지난 삶을 반추해 봤다. 내가 얼마나 속도전에 매달려왔는지 말이다.

첫장을 펼치고 물끄러미 쳐다보기를 5분. 나는 내가 무엇을 하려고 책을 들었는지 계속 잊어버렸다. ‘그래, 시를 읽으려고 했었다’며 책을 다시 들여다보는데 어쩐지 글이 눈에서 자꾸만 미끄러졌다. 눈은 글을 계속 읽는데 무엇을 읽는다고 할 수 없었다.

유난히 새카맣고 깊은 밤. 현대 사회에서 시를 읽는다는 것은 정신이 한데 고이고 오래 머무는 것에 조급해하지 않기 위한 놀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의 내면에 깊숙이 들어가 그 전체를 음미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소중함과 기쁨을 준다는 생각도 했다.

하나의 세계와 하나의 마음 전체. 정보화 시대에는 필요한 것과 중요한 것만을 선별해서 가지는 영리함이 필요하지 않은가.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변화는 너무 많은 알 필요 없는 것들을 만들어냈고, 어느새 우리는 부주의하고 일정 정도의 건성인 태도를 발명하지 않았나. 이를테면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의 태도를 내면화한 상태로서의 심적 상황과 그에 기반을 둔 책 읽기, 그런 것을 내가 했다. 그래서 시의 세계로 조금도 진입하지 못하고 가로막힌 것이다.

 

◆내 짝이 되는 책 한 권

인간의 자기 회복을 돕는 것은 정보화 시대와 속도가 아니다. 이제 인간은 결코 사회만큼 빠를 수 없다. 이것은 젊은이에게도, 노인에게도 공통되는 일이다. 이런 사회에서 한 인간을,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시민과 사회 전체를 위무하는 것은 한 인간 전체, 혹은 한 자연과 세계 전체일 것이다.

만약 정보화 시대·4차 산업혁명의 틈바구니에서 그리고 간편화되고 일반화된 물건의 홍수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고립무원의 상태라면, 혹은 헤매고 있다면 약간의 틈을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하나의 다른 세계, 견고하게 짜고 또 실타래처럼 풀어낸 하나의 인간에 잠시 몸을 맡겨 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그 과정이 내 짝이 되는 책 한 권을 발견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 책이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나날들에 지친 우리에게 한 박자 따뜻한 여유가 되어 줄 것이다.

누구나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세상이다.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무수한 이야기와 마주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담은 하나의 책을 만들어 인간 내면을 복구하고 생명을 구하는 길, 책에 그 길이 있다. 올해는 모두가 마음을 울릴 책 한 권으로 삭막해진 현대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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