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던 10일, 밤늦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30분 동안 전화 통화가 이루어졌다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윤 수석은 “남북대화가 북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넘어, 자연스럽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과 상황 하에서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열려있다”는 말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우리는 현재 형성되고 있는 전향적 정세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리당략을 앞세우거나 상황이 바뀌면 북한과 미국의 태도가 또 달라질 것이라는 등의 ‘근본적 회의론’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물론 각 정당마다 셈법이 다를 수 있고 또 상황이 바뀌면 북한이나 미국의 태도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황론의 ‘변화’가 아니라 상황론의 ‘관리’라는 점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새로운 상황을 평창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세세한 부분까지 우리가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게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국익의 차원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임기 내에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총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실 엄청난 얘기를 한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한·미 간에 조율된 기본 입장과 이에 호응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화답도 큰 힘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시류에 편승하듯 중심을 잡지 못하는 포지셔닝은 금물이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에 끌어 들이는 방식은 최악이 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정부의 의지와 의도를 의심하게 될 것이며 결국 정쟁으로 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모처럼 만에 조성되고 있는 최근의 남북대화 국면을 진중하고 냉철하게 그리고 초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조급하거나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최근의 북한 태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발언에 작은 실마리를 찾고 있을 뿐 그 이상의 큰 기대를 갖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남북대화 국면을 대한민국이 중심이 돼서 제대로 관리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다면 샛길이 조만간 큰 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다. 이 땅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참화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평창에서 워싱턴으로, 다시 평양으로 향하는 설득력 있는 로드맵을 우리 정부가 만들어서 치밀하게 관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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