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의 세상보기] 판문점 고위급 회담 - 평창 올림픽 안전은 확보, 향후 비핵화의 논의는 험로(險路) 예감
[최상현의 세상보기] 판문점 고위급 회담 - 평창 올림픽 안전은 확보, 향후 비핵화의 논의는 험로(險路)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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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 주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9일 열린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당장에라도 배가 부를 만한 회담이었다. 남북은 이 회담에서 북의 대규모 선수단 및 대표단 올림픽 파견에 순조롭게 합의했다. 이로써 코앞에 닥친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 개최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애초 회의적인 시선을 감추지 않았던 미국도 국무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이 점에 대해서만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열린 한국과 북한의 회담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른 성과들도 있었다. 어쩌면 망외(望外)의 성과일 수도 있다. 그것은 오래 전에 끊긴 군통신선이 복구된 것이며 동시에 군사적 긴장해소를 위해 후속 회담으로 남북 군사당국 간 회담을 개최키로 한 점이다. 이산가족상봉에 대해 합의가 없는 것은 섭섭하지만 이번 회담의 백미(白眉)인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 확보와 회담의 확장성을 알리는 이런 성과들이 덧붙여져 이번 회담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우리 정부도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며 향후 후속 회담의 진행에 대해서도 기대와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 10일 이루어졌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우호적이고 따뜻한 분위기 속의 통화가 이를 시사한다. 지난 4일에도 두 정상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잠정 연기를 이끌어낸 전화 통화를 가졌었다. 사실 이때 이루어진 군사훈련의 잠정 연기는 북을 흔쾌히 회담에 응하게 하고 회담장으로 나오게 한 ‘마중물(priming water)’ 역할을 했다. 

어떻든 두 정상은 통화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해 공유하고 향후에도 긴밀한 한미 간 협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적절한 시점과 상황에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문은 열려있다’고 말해 현행의 남북대화가 자연스럽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 북한 간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또 일부 미국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대북 선제공격 검토설’에 대해 남북대화가 열리고 있는 동안에는 군사적 행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통화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회담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전폭 신뢰하고 지지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 된다. 그것은 한미동맹의 대의(大義)를 살리는 미국의 전략 전술일 수 있다. 물론 우리쪽 해석이긴 하지만 두 정상의 이런 통화내용을 곧이곧대로 인정해준다면 한-미 사이에는 남북대화를 두고 동맹의 입장에서 추호의 균열이나 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두 나라가 뉘앙스(nuance)에서까지 완벽하게 의견이 합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지금이나 향후나 어떤 형식의 대화에서든 북과의 대화는 반드시 비핵화가 전제되고 핵심의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남북회담에 대한 그들의 감상법(鑑賞法)이며 평가기준이다. 9일 발표된 국무부 대변인의 성명이 이를 여실히 입증한다. 그는 말하기를 ‘미국은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두 정상은 통화에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목표를 향해 북한에 최대의 압박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는 지난 4일에 있은 정상 간 대화내용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이처럼 그가 하는 말의 어느 한 대목에서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일이 거의 없다.        

사실 발등의 불인 평창올림픽에 초점을 맞춘 이번 희의에서 난이도 높은 비핵화 이슈를 본격적으로 제기해 회담이 깨질 수도 있는 모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더라도 시험 삼아 슬쩍 던지듯 우리 측이 언급한 비핵화 이슈에 대해 북이 날카롭고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아 남북회담에서의 비핵화 논의는 험로(險路) 중의 험로를 가야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측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대화재개가 필요하다’고 한 것에 대한 반응이 그러했다고 한다. 북은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켓을 비롯한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하는 것이지 동족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가하면 남측이 비핵화 이슈를 꺼낸 것에 대해 ‘회담을 좋게 해왔는데 마무리가 개운치 않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던가 뭔가 그렇다. 가당치도 않은 말들이지만 일단은 핵 무력 완성을 기필코 이루고야 말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드러낸 것일 수도 있고 협상을 하더라도 미국과 직접 하지 남측과는 하지 않겠다는 것일 수도 있다. 대답은 이렇게 뜻밖의 얘기를 들은 듯 연출이 이루어졌지만 사전에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철저히 준비해온 것임을 더 말할 것이 없다.  

초점이 비핵화보다는 평창올림픽이었긴 해도 이번 회담을 비핵화의 관점에서 볼 때는 고위급회담이라는 거창한 명색에 비해 내용이 너무 빈곤했다. 당연히 후속 회담에서 강력히 거론해야 할 일이로되 북의 핵 무력이 세계의 재앙으로 여겨지는 현 국제 정세 아래에서 비핵화 논의가 빠진 남북대화는 대화를 위한 대화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그런 대화로는 한미동맹을 만족시킬 수도 세계의 근심을 달랠 수도 없으며 회담 자체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해진다. 그렇다면 이번 회담으로 첫발은 무난히 내디딜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남북회담은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첩첩산중이다. 자칫 중도에 그만둘 수도 원점으로 회군하고 말 수도 있다. 회담의 성공은 북이 열의를 가질 때 다가가기 쉬운 목표가 된다. 그런데 그 북의 대화 열의는 대북 압박의 강도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화는 어차피 압박과 병행하는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북대화는 그 출발부터가 남북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과 대북 국제 공동전선의 대화일 수밖에 없는 복잡성을 운명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준비도 그만큼 철저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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