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현장스님. 1987년 인도 여행 중 달라이라마를 만나 티벳에 매료돼 전남 보성군 천봉산에 티벳박물관을 건립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0

대원사 현장스님. 1987년 인도 여행 중 달라이라마를 만나 티벳에 매료돼 전남 보성군 천봉산에 티벳박물관을 건립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0

전라남도 보성 대원사 현장스님
인도여행 중 달라이라마와 인연
이후 유물 수집… 박물관 개관
“티벳문화 소멸위기 안타까워”

[천지일보 전남=김미정 기자] 전남 보성군 문덕면 천봉산 두메산골에 있는 작은 산사 대원사 옆에는 마치 숨겨놓은 보물처럼 티벳의 문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 있다. 
‘한국 안의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티벳박물관. 지난 2001년 7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 티벳박물관이 생긴 것은 대원사 현장스님이 1987년 인도를 여행하다가 달라이라마를 만난 인연에서 비롯된다. 

현장스님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때 달라이라마는 라닥의 ‘쵸크람사’에서 한 달 동안 말을 않고 기도만 하는 묵언기도를 올리고 계셨다”며 “묵언 기도가 끝나는 날 달라이라마를 한 시간 동안 뵈었는데, 전 세계의 추앙을 받는 분이면서도 꾸밈없이 소탈한 모습이었다. 그 때의 인연으로 티벳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티벳박물관을 건립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를 다녀온 이후 현장스님은 100여 차례 티벳 불교 슬라이드 법회를 진행하고 박물관을 건립할 것을 다짐한다. 티벳, 네팔, 인도, 부탄, 몽골 등을 다니며 직접 박물관에 전시할 유물들을 수집했다.

현장스님은 “나무는 열매를 보고 평가하듯이 달라이라마와 같은 큰 열매를 맺은 티벳 불교 전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박물관은 최소 규모로 지었지만 전시공간은 어느 곳보다 크고, 티벳 밖에서 티벳 불교 문화에 대해 전문적으로 세워진 박물관은 여기가 유일하다”고 티벳 불교와 박물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현장스님은 티벳이 한때 세계 제국일 정도로 뛰어났다고 말한다. 
그는 “티벳이 당나라를 함락시켜 당나라가 조공을 바칠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이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이리 같은 성품이 양으로 변했다. 우리는 모든 역사를 강대국 역사 중심으로 배우다 보니 소멸하는 것은 중시하지 않는다”며 사라실 위기에 처한 티벳 문화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비쳤다.

티벳 불교 문화를 그대로 한국으로 옮겨온 데 감동한 것인지 박물관 소식을 들은 달라이라마가 직접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달라이라마는 현장스님에게 “많은 티벳 문화유산이 티벳 땅에서 파괴되고 있는 이때, 대한민국에 있는 대원사에서 티벳박물관이 세워진 것을 알게 돼 무척 기쁘다”며 “망명 생활을 하는 티벳 사람들도 티벳 문화를 보존하려 온 힘을 쏟고 있지만, 혼자만으로는 이루지 못할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원사와 같은 도움과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티벳 문화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구하는 데 기여하고, 불교도든 아니든 모든 한국인에게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길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티벳박물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0
티벳박물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0

티벳박물관은 티벳사원 형식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그리고 옥상은 법당 장엄으로 이루어졌다. 1월말까지 지하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어린왕자 특별전’이 열린다.

현장스님은 어린왕자 특별전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린왕자는 전 세계 270여개 언어로 번역돼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며 “생텍쥐페리가 실제 조난돼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겪은 것이 원천이 돼 만들어진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속의 표현에 직접적인 종교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경서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현장스님의 표현처럼 ‘불가사의한 인연’으로 시작된 티벳박물관을 돌아보며 티벳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인생관에 대한 말이 떠오른다. “티벳 사람들은 위대한 스승을 만나는 것을 인생 중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긴다. 스승이 곧 해탈의 길로 인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가 깨달음의 말을 전해줄 것만 같은 천봉산 티벳박물관.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사랑’이라는 달라이라마의 교훈처럼 누군가를 향한 미움과 원망이 있었다면 스스로를 위해 ‘용서’로써 2018년 한해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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