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완희 기자]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인 코인원블록스에서 고객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0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인 코인원블록스에서 고객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0

일부거래소 편법으로 위장 계좌 운영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가상화폐가 투기 열풍으로 번지자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에 나섰으나 오히려 부작용들이 수면 위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시중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 취급업자(거래소)에 대한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자 일부 거래소가 법인계좌 아래 수많은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두는 위장 가상계좌(벌집계좌)를 편법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져 금융당국이 고강도 조사에 나섰다.

이들 벌집계좌는 본인 확인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자금세탁 소지가 크고 해킹 등 상황 발생 시 거래자금이 뒤엉켜 최악의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이는 곧 가상화폐 거래를 잡기 위해 가상계좌를 옥죄자 오히려 가상계좌만 못한 편법 가상계좌가 활개를 치도록 부작용을 만들고 만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런 계좌는 사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금융정보분석원(FIU)·금감원의 점검 과정에서 가장 밀도 높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10일 전했다.

금융당국이 눈여겨보는 계좌는 법인의 운영자금 계좌로 위장한 사실상의 가상화폐 거래 가상계좌로 일명 벌집계좌다. 가상계좌는 대량의 집금·이체가 필요한 기업이나 대학 등이 은행으로부터 부여받아 개별고객의 거래를 식별하는 데 활용하는 법인계좌의 자(子) 계좌다. 법인계좌에 1번부터 100만번까지 일련번호를 줘 특정인 명의의 계좌를 운영하는 방식인데 대다수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가상계좌를 활용해 영업해왔다.

문제는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7~12월 중에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자 후발 거래소들은 일반 법인계좌를 발급받은 뒤 이 계좌 아래에 거래자의 계좌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편법을 써왔다는 것이다.

엑셀 등 파일 형태로 저장된 벌집계좌 장부는 거래자 수가 많아질 경우 자금이 뒤섞이는 등 오류를 낼 가능성이 크고 해킹 등 사고에도 아주 취약하다. 법인계좌에 예속된 자금이므로 법적인 소유권도 거래자가 아닌 법인이 갖는다.

이들 계좌는 실명 확인 절차도 미흡해 자금세탁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금융당국은 현재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이며, 위법사항 적발 시 초고강도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 합동으로 거래소도 조사가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자금세탁이나 시세조종, 유사수신 등 범죄 적발 시 거래소 폐쇄도 불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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