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채식요리 전문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0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채식요리 전문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0

비건으로 30여년간 살아와 
‘채식 식당’ 많이 생겼으면 
채식 관련 요리만 만 가지↑
먹는 것에서 고기 빼면 채식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채식이 ‘풀만 먹는다’ ‘맛없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잘못 알려진 게 채식 분야입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한 채식요리 전문점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채식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을 안타까워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고기나 생선, 우유, 달걀을 먹지 않는 채식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비건’으로 30여 년간 살아왔다. 채식의 경우 ‘성 소수자’보다도 더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남자가 그리해서 힘을 쓰겠어?’ ‘얼마나 오래 살려고?’ ‘주는 대로 먹지 뭐가 잘났다고 채식을 하냐?’ 등의 곱지 않은 시선이나 편견들이 불편하고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전통적인 유교 중심사회, 군대 문화 등이 뿌리 깊게 내재해 있는 한국 사회에서 채식에 대한 편견은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하다는 게 이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서로 다르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면 되는데 어떤 취향이나 기호를 강제로 강요하고 끌어들이려고 한다”며 “회식이나 단체 문화에서 조금 튀게 행동하거나 고기를 안 먹으면 따돌리거나 매장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채식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 구축이 안 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채식을 좋아해서 한 끼의 식사를 채식으로 하려고 해도 정작 나가면 선택하거나 먹을 수 있는 게 없다”며 “거의 다 고기 위주다. 좀 더 채식 전문 식당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일반 레스토랑에 가도 일반, 베지테리언, 비건 메뉴가 각각 따로 있어서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품 같은 경우도 고기 성분이 들어갔는지, 동물성이 들어갔는지 등 표기가 안 돼 있다”며 “채식 제품이 많이 개발되고 홍보가 돼서 채식을 선호하는 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편의성이 높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수십 년간 비건으로 살아온 이 대표도 한때 고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20대 중반 대학 시절의 어느 날 식사를 하면서 밥상 위에 올려진 고기와 생선 반찬들을 보고 “이런 것들이 어디서 온 거지”라는 의문이 불현듯 들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사람과 똑같이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동물들이 기계나 부품처럼 전락해 팔리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며 “고기를 얻는 과정에서 동물학대 등 산업화된 공장식 축산의 잔혹함에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그날의 식탁이 비건으로서의 새 인생을 살게 된 전환점이 된 셈이다. 그가 비건의 삶을 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생명윤리’ 곧 동물보호 때문이었다.

그는 현재 한국채식연합 외에도 한국동물보호연합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채식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물보호 관리 및 복지를 추진하기 위해 법률 개정이나 제도 및 시스템 변경에 초점을 맞추고 단체를 이끌고 있다.

채식은 동물보호나 환경보호를 위한 윤리적 채식과 다이어트나 건강, 종교적 동기에 의한 실용적 채식으로 구분된다. 이 대표는 “채식의 동기는 윤리적인 채식에서 출발했고, 두 가지의 채식이 대립되는 게 아니라 양립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므로 실용적인 채식도 터득하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채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건강이나 영양의 공급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30여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이 블로그나 카페, 책 등을 통해 정보나 지식을 얻는 것이 미흡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당시 식당과 책, 인터넷도 없어서 망망대해에 무인도처럼 혼자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그는 대학에 다닐 때 도서관에 가서 영양 섭취와 관련된 책 100여권을 독파했고, 채식으로만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대표는 “당시 도서관에서 외국의 자료나 논문을 보니깐 사람이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채식을 해야 한다는 정답이 이미 80~90년대에 나왔다”며 “그때부터 과감하게 채식을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한국채식연합은 2만 5천여명의 회원이 가입된 채식주의자들의 모임이다. 그는 “채식을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먹는 것에서 고기만 빼면 채식”이라며 “채식은 먹을 게 없다는 고정관념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제가 홈페이지에 채식 관련 요리를 올려놓은 게 1만 가지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고기를 먹지 않아도 단백질 공급에 전혀 지장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스님을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직업의 종류가 2만 가지가 넘는데 그중에 최장수 직업 1위가 스님”이라면서 “수천 년간 스님들이 전통적으로 채식을 해 왔는데 영양에 문제가 있었다면 스님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미, 시금치, 콩, 브로콜리, 과일, 채소 등에 함유된 단백질의 수치를 열거했다. 또한 이 대표는 채식을 시작한 이후 180도 바뀐 자신의 성격과 건강을 실감할 수 있다고 했다. 

채식 전 그는 참을성과 지구력이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이며 폭력적인 데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없었다. 하지만 채식 이후 모든 생명과 어울려서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철학을 갖게 된 후 성격이 온화해지고 인내심이 커지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이 생겼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또 잔병치레가 많던 그는 채식 후 병원에 거의 간 적이 없다. 매년 MRI, CT 촬영 등의 정밀 종합검진을 받는 게 전부다. 이 대표는 매년 종합건강 검진을 받는 이유에 대해 “채식을 하면서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채식을 권해도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식의 유익이 많은 사람과 공유돼서 채식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완화되고, 결국 많은 사람이 채식의 혜택을 받아 채식 위주의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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