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을 영접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9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을 영접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남북 고위급 회담’ 공동보도문 채택

北 평창 파견·군사당국회담 개최 합의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 속 회담 진행

외신 “한반도 새 국면 여는 전환점”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2년여 만에 마주한 남북 당국이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지난 2007년 1월 중국 창춘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에 개회식 공동 입장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은 9일 고위급회담에서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 대표단의 방남과 군사 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또 아울러 민족 문제는 민족끼리 푼다는 취지의 조항도 채택했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3개 항의 공동 보도문을 채택했다.

이날 남북이 합의한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과 북은 우선 남측 지역에서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북측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남측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했다.

남북은 북쪽의 사전 현장 답사를 위한 선발대 파견 문제 등 실무협의를 위한 후속 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고, 회담 일정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또한 남북은 둘째 항을 통해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에 합의하고, 이를 위한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 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로 했다.

셋째 항에서 남북 선언을 존중하고,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당사자인 남북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북은 남북 고위급회담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각 분야의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날 2015년 차관급 회담 이후 무려 25개월 만에 회담장에서 마주한 남북 고위급 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북측은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을 비롯해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장, 황충성 조평통 부장,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회담에 나섰다.

남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회담 대표로 나섰다.

조명균 장관과 리선권 위원장은 만남과 동시에 미소 띤 얼굴로 악수를 나누며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또한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끊겼던 연락채널이 모두 정상화됐다. 북측은 회담에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했다고 밝혔고, 우리 측도 이날 오후 2시쯤 군 통신이 연결됐음을 확인했다.

주요 외신은 남북 고위급 회담 소식을 이날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남북한 스포츠 교류에서 역사적인 진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북한이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을 위주로 회담 내용을 전하고 “지난 몇 달간 평양의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긴장이 고조된 이후 나온 조심스러운 외교적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회담을 한반도 긴장완화의 신호를 찾고 있는 세계 정상들이 유심히 지켜봤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해외판은 “오랜 공백 기간 끝에 한반도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전환점을 맞았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북한의 대화 움직임에 당장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AP 통신은 “비평가들은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를 약화하기 위한 시도로 서울과 워싱턴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아베 신조 총리가 각국에 제재 이행을 요청 중인데 한국이 인도적 지원과 제재 완화로 양보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바뀌고 미국과 일본이 이끄는 대북 포위망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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