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은 시작부터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됐다. 남북 각각 5명의 대표가 참석한 이번 회담은 2015년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린 지 25개월 만의 일이고, 이 회담이 열기기 직전까지도 일각에서는 회담 성사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트집 잡기로 회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우리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들고 나와 오랜만에 개최된 남북 간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결렬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기우(杞憂)가 되고 말았다.

이날 오전 10시에 개최된 남북회담은 처음부터 대표단의 기싸움 없이 진행됐다. 전체회의에 이어 남북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간 단독회담이 50분간 이어졌고, 오후에는 4대 4 대표 실무 협상이 분야별로 진행됐다. 핵심 사안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이지만 오전회의에서 남북 공동보도문 초안이 교환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점은 관련된 향후 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표단은 비핵화 등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 재개 즉,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제안과 우발적 군사 충돌 방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북측 대표단은 평창올림픽에 선수단,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등 파견을 밝히면서, 결실 있는 대화·협상으로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인 개선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했다. 원론적이기는 하나, 남북의 현안 문제에 대한 기본전제를 회담 당일 오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이끌어낸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한 가지 이번 회담 첫 부분에서 리선권 북한 수석대표가 전체회의 실황 공개를 깜짝 제안한 것은 특이하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회담은 비공개로 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지만 그 관례를 깨고 리 수석대표가 제안했던 것이다. 향후 후속 회담에서도 들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니 행여 공개회담 중에 나올 돌출 발언이나 제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 어쨌든 이번 회담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사실상 참가를 확인한 만큼 성과가 크다. 그 성과 위에서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해 비핵화 문제 등 관계가 복원될 수 있는 남북 접촉이 계속 이어진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정부는 특정 사안에 서두르지 말고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해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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