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수석대표인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이 개정협상 설명을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수석대표인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이 개정협상 설명을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통상교섭본부장, 현안 브리핑

한미 FTA 개정협상 원칙 확인

레드라인 건드리면 중단 지시

“향후 협상 순탄하지 않을 것”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대해 “나쁜 협상 결과보다는 아예 협상을 타결하지 않는 게 낫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8일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세종 정부청사에서 간담회를 갖고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한미 FTA 1차 개정 협상 이후 강력한 대응방침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그는 협상에서 “국가의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것, 미래 세대의 손발을 묶을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원칙”이라면서 “협상 결과는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고 윈-윈이 돼야 한다. 일방적으로 양보하거나 그런 협상 결과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FTA 개정을 위한 1차 협상을 열었다.

특히 김 본부장은 미국과의 1차 개정 협상을 앞두고 협상단에 “꼭 지켜야 할 ‘레드라인’을 정해줬고 이에 상대방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심지어 퇴장까지 지시했다”고 밝혔다.

후속협상 전망에 대해서는 “이제 막 시작한 협상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지만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짧은 기간에 할 일이 엄청 많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1차 개정 협상이 있었고, 미국 세제 개편이 끝났기 때문에 (미측의) 통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통상 공세를 펼쳐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앞둔 시점에 지지층 결속을 위해 각종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한미 FTA에서 국익 극대화와 이익 균형 달성을 목표로 통상당국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1차 개정 협상에서 미국 측은 예상대로 자동차 및 부품 관련 한국의 비관세무역장벽 해소 및 수입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을 강조했다. 우리 측은 불리한 독소조항이 있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를 비롯해 최근 빈번한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 개선 등을 관심 분야로 제기했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제도다. 하지만 국가가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정부의 정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한미 FTA 협상단 수석대표를 맡은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은 “10년 전 FTA를 할 때 ISDS 소송은 없었는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관련 소송이 증가하고 있고, 다른 해외 FTA에서도 ISDS 소송남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미국이 태양광·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조사 등 수입규제에 대한 결정을 조만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주요 인사의 방미 계기에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한 아웃리치(접촉)를 적극 이행하고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에 대해서는 “관광, 의료, 문화 등 우리 기업이 강점이 있는 분야의 중국 서비스 시장 선점 계기로 삼겠다”면서 “중국 투자기업의 실질적 보호도 확대하고 안정적인 투자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나프타(NAFTA)와 달리 미국이 우리와는 전면이 아닌 부분 개정을 통해 신속히 개정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졌다”며 “미국이 제기하는 자동차 품목과 관련해서도 나올 얘기는 다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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