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형 무한 대표이사, 고신대복음병원에 매년 1800만원 기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의 슈바이처로 평가받는 고(故) 장기려 박사가 50년 전 베푼 사랑의 손길이 따뜻한 나눔 실천으로 되돌아온 사연이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한 의사가 베푼 온정을 잊지 않고 50년 만에 되갚은 주인공은 박종형 ㈜무한 대표이사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에 따르면 박 대표가 새해 초 고신대복음병원에 찾아와 “48년 전 고신대병원에 진 마음의 빚이 있어서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며 기부 의사를 전했다. 박 대표와 고신대복음병원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연은 이렇다. 1970년 당시 경남 진주시 외곽의 시골마을에서 찢어지게 가난했던 박 대표의 아버지 박우용씨는 심한 복통으로 찾아간 복음병원에서 간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간암은 당시만 해도 손을 쓸 수도 없는 중병이었다. 주치의였던 장기려 박사는 한 달 동안 성심성의껏 박우용 씨를 치료했다고 한다.
장기려 박사는 박씨 가족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병원비를 도저히 지불할 수 없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월급으로 박씨의 병원비를 대납했다. 그뿐만 아니라 만삭의 몸에 간병으로 지쳐 임신중독까지 왔던 박 대표 어머니의 치료까지 무료로 치료해 주었다.
박종형 대표는 장기려 박사가 자신의 가족에게 베푼 정성을 잊지 않았다. 박 대표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항상 입버릇처럼 하던 말씀이 있었다”며 “우리 가족은 장기려 박사님께 큰 빚이 있다. 언젠가는 꼭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친의 유언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박 대표는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새해 첫날 고신대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그는 올해부터 매년 1800만원씩 계속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의료봉사에 써 줄 것을 부탁하며, 후원약정서에 사인하고 입금도 동시에 했다.
박 대표는 “우리 가족에게 장기려 박사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람에 대한 투자 그리고 이웃에 대한 나눔이야말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시작이라는 것을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평생 가난한 환자들 도운 장기려 박사
“내가 뒷문을 열어줄테니 나가시오” 이 일화는 장기려 박사의 일대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일화다. 장 박사가 돈이 없어서 병원비를 낼 수 없었던 가난한 환자를 병원 뒷문을 열어 도망가게 했던 것이다.
191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출생한 장기려 박사는 1932년 경성의학 전문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평양의대 외과학 교수 겸 부속병원 외과장·서울의대 외과학 교수·부산의대 외과학 교수 겸 학장·가톨릭의대 외과학 교수 등을 역임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그는 1951년 6.25전쟁 당시 부산에 복음병원을 세웠으며, 1968년 가난한 사람이 소액의 보험료를 내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장 박사는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다는 주님과의 약속을 한평생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84세를 일기로 1995년 12월 25일 성탄절에 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