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42년만에 폐관된 세실극장. (출처: 서울 미래유산 홈페이지)
개관 42년만에 폐관된 세실극장. (출처: 서울 미래유산 홈페이지)

1976년 개관해 여러 기관에 인수돼

최근 극심해진 운영난으로 폐관 결정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70~1980년대 연극의 메카로 불리던 서울 중구 세실극장이 7일 연극 ‘안네 프랑크’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 1976년 개관한 이후 42년 만이다.

폐관 사유는 최근 극심해진 운영난이다. 세실극장은 임대료 약 1300만원과 운영비 2000만원을 매달 지불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76년 대한성공회 제1회관에 문을 연 극장은 일제강점기 대한성공회 4대 주교였던 세실 쿠퍼의 이름에서 극장 명칭을 따왔다. 건축가 김중업이 부채꼴 모양의 연극전용 극장으로 건축했으며, 개관 당시 320석의 객석을 갖춰 소극장으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1977년 한국연극협회가 극장을 대관해 연극인회관으로 사용했으며, 1980년까지 4년간 5회에 걸친 대한민국연극제를 개최했다. 세실극장은 이때부터 1970년대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연극계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극장은 1981년 민간단체 ‘마당’에게 인수됐고, 1997년까지 극단 전속 단체공연 위주로 운영됐다. 이곳은 1998년 IMF 때 재정난으로 운영이 불가피해 1년 휴관했으며, 1999년 극단 ‘로뎀’에게 다시 인수됐다.

로뎀에 인수된 후에는 국내 최초로 네이밍 스폰서쉽을 도입했다. 네이밍 스폰서쉽이란 기업과 제휴해 극장 명칭에 후원 기업의 이름을 넣는 방식이다. 극장은 제일화재 해상보험·한화손해보험과 제휴를 맺고 ‘제일화재 세실극장’ ‘한화손보 세실극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네이밍 스폰서쉽 기간에는 기업 후원 덕분에 극장의 대관료가 낮아졌다.

2012년 극장은 한화손해보험과 스폰서쉽 만료로 ‘세실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불리게 됐고, 김민섭 극장장에게 인수됐다.

세실극장은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서울시 미래유산은 서울시가 지정하는 기념물·장소 등을 통칭하며,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양식들이다. 그러나 극장은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시로부터 별다른 재정적 지원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실극장 건물의 건물주인 대한성공회는 극장 폐관 후 공간을 사무실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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