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평가와 신년 남북관계 전망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올해로 2년차를 맞았다. 문 대통령이 취한 기본적인 대북정책은 대북제재와 압박,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었다. 최근에 와서 남북대화 국면이 조성되고는 있지만, 지난 한해 남북관계는 긴장과 충돌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진단하고자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평가와 신년 남북관계 전망’이란 주제로 지난 5일 신년 토론회를 진행했다. 참석한 패널은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진무 박사(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前 조선일보 기자)였다. 사회 진행은 본지 임문식 정치부 기자가 맡았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평가와 신년 남북관계 전망’이란 주제로 지난 5일 열린 신년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에서부터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진무 박사(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7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평가와 신년 남북관계 전망’이란 주제로 지난 5일 열린 신년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에서부터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진무 박사(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7

―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몇점 만점에 몇점을 줄 수 있나.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하) : 100점 만점 중 95점을 주고 싶다.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틀은 크게 3가지다. 북핵문제 해결과 북한 군사력 억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등 남북 간 교류협력 강화 등이다. 북한 비핵화는 혼자 할 수 없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유엔 제재를 강화하는 국면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지금의 대화 국면으로 나오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두 번째로, 평화체제 정착 문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잘 치르면서 북핵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평화 문제를 다뤄야 한다. 북이 자기들 주도로 한반도 문제를 끌어가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 간 교류협력 강화는 북한의 인권 문제와 연관이 있다. 보수진영에서 이야기하는 ‘퍼주기’ 논란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문제다. 교류협력은 우선 체육 교류부터 시작하면 문화 교류로 확산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경제 분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 걸림돌은 북한 핵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서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것인가. 한미 간에 계속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이를 해결해 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핵심요소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95점
평창동계올림픽 잘 치르면서
북핵 포함 평화 문제 다뤄야
체육→문화→경제교류로 가야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안) : 100점 만점 중 98점을 주고 싶다.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불러줬다. 또 북한이 70년 역사상 대한민국을 향해 찬사를 보내며 잘되기를 바란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곧이곧대로 들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유도한 것만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평화 제스처가 먹혀들어갔다고 보고 긍정적인 점수를 줬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 등은 이상적인 정책이지만, 북한의 폐쇄적인 독재 체제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북한은 핵을 개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평화 정책은 자칫하면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김정은에게 구명조끼나 낙하산을 던져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굴속에 있는 너구리를 잡으려면 굴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북한 정권은 절대 변화되는 정권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 통치자를 대화로 끌어내되 그 밑의 북한 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릴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98점
대북평화 제스처 먹혀든 것
김정은 핵 포기가 목표지만
현 단계에선 평화공세 펴야

김진무 교수(김)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북한과의 대화, 평화 등을 얘기한다. 국제정세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북한은 2주에 한 번씩 미사일을 쏴대고, 핵실험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베를린선언에서 정책기조를 포용으로 잡았지만,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결정하고 대북정책을 강화하는 조치를 했다. 상황의 변화에 따른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국민의 대북 인식이 나빠졌다. 핵실험이 반복되면서 또 나빠졌다. 문 대통령도 진보적인 대북정책을 취했다가 국민들의 인식 때문에 보수 정책으로 바꿨다. 이런 것을 봤을 때 원칙 고수보다는 유연성을 많이 발휘했다고 본다. 그런데 정세를 끌고 가는 유연성이 아니라 정세에 끌려가는 수동적인 유연성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파괴’를 얘기하고, 이틀 후에 문 대통령이 평화를 외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됐다. 한미 동맹의 불신이 높아지고 북핵에 대한 우리의 정책이 손상을 받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100점 중 70점으로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70점
한미 행보 모순적 상황반복
북, 평창메시지는 ‘연남통미’
장밋빛 전망은 하기 어려워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강) : 100점 만점에 50점을 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 남북 교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폭력 정권이 북한 사람을 때려죽이고 해도 평화인가. 평화는 북한 주민이 자유화되고 인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남북교류 측면에서도 과거의 잘못된 방식을 그대로 하겠는가, 개선하겠는가가 없다. 지나치게 김정은에게 구걸하듯이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과거 1998년도에 북한 식량난으로 300만명이 아사(餓死)해 북한 정권은 붕괴 위기였다. 과거 (우리 정부의) 눈먼 지원에 의해 붕괴 위기에서 살아났다. 다 망해가는 북한 정권을 살린 것이다. 문 대통령이 ‘흡수통일은 안 하겠다. 북한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문제다. 지금 북한 동포 2300만명 대부분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원한다. 북한 주민의 여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의 인권과 자유와 해방을 위해서 도와주겠다는 희망적인 말을 해야 한다. 김정은에게 잘 보이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인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알아줘야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주도하는 운전석에 앉는 것이다. 아쉽게도 50점 밖에 못 주겠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50점
현 정부 남북교류 구태의연
김정은 정권 눈치 보지 말고
북 주민 心사야 운전석 앉아

―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갑작스러운 북한의 태도 변화 의도는.

안 : 신년사는 여느 해에 비해 파격적이었다. 북한이 변할 것 같은 좋은 징조를 보여주고 실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끌고 가더라도 핵무기를 내려놓을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당장 핵무기를 미국에 날리지는 못한다. 미국의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이 북한의 핵무기가 마치 미국에 날아올 것처럼 생각하지만, 너무 과장된 것이다. 김정은의 손에서 핵을 내려놓게 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지만, 현 단계에선 정부가 평화공세를 해야 한다. 물론 김정은을 평화 열차에 태우는 것은 자칫 김정은의 숨통을 열어주는 모순이 될 수 있겠지만, 현 단계에선 그 방법밖에 없다. 정부가 남북대화를 재개했는데, 과거처럼 퍼주기로 가는 악순환은 없어야 한다.

김 : 이번 신년사의 특징은 드디어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이 잘 되길 바란다는 식의 대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년사의 변화를 일부에선 ‘통남봉미’라고 해석하지만, 저는 ‘봉미’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북한은 미국과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연남통미’, 남한과 연대해서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남한을 통과해서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과남통미’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간의 대북제재를 보면 김정은이 버티기 매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것은 전부 중국의 동의 아래 이뤄졌다는 점이다. 중국이 앞으로 더 아픈 제재에 들어갈 것이라는 등 미래가 매우 불확실해졌다. 또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어느 정도 인내 속에서 참을 수 있겠는가. 김정은이 느끼는 군사적 위협에 대한 두려움은 아마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것이 신년사 내용 안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5일 천지일보 주최로 열린 대북정책 시사 토론회가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진무 박사(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가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DB
5일 천지일보 주최로 열린 대북정책 시사 토론회가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진무 박사(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가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DB

―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제를 들고 나올지.

강 :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북한 정권 주체는 39호실이다. 이는 인민정책과는 상관없고 김씨 일가 돈을 관리하는 곳이다. 개성공단 자금은 김정은에게 가게 돼 있다. 이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개성공단을 또 열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개성공단 관리 주체를 39호실에서 북한 내각으로 바꿔야 한다. 북한 지도국에서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말도 못하게 한다. 한국 기업들이 북한 기업인들에게 직접 줘본 적이 없다. 북한 정권에 주면 다 떼먹는다. 그런 식의 공단을 또 할 것인가.

안 : 9일 남북한 고위 당국자들이 만나게 된다. 북한이 그냥 공짜로 나이브(순진하게)하게 오지는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로 계산서를 내밀 것으로 본다. 개성공단은 1년간 1억불을 벌었고 트럭에 실어서 바로 39호실로 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현금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조건 안 된다. 물질로 주는 것은 괜찮다. 개성공단을 다시 열자고 한다면, 대가로 쌀, 라면, 초코파이로 주겠다든지 해야 한다.

김 : 고위급 회담에선 가능한 다양한 아젠다를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 북한 평화공세의 목적은 남한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미·일 공조체제 압박을 와해시키고 또 한·미·일·중·러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이완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논리대로 북한 평화공세에 말릴 수 있는 아젠다는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없다. 가장 가시적인 아젠다로는 인도적 지원에서 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에서의 군사적 적대행위 금지, 앞으로 많은 논의를 정례화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드는 것 등을 고위급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

― 2018년 남북관계 어떻게 전망하는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안 : 북한 당국자들의 생각을 바꾸거나 체제를 바꾸기가 얼마나 힘든가. 군사적 옵션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이제는 북한의 주민을 변화시키는 데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으로 벌크캐시(대량 헌금)가 아닌 쌀을 준다든지, 물자를 준다든지 등이다. 북한 주민을 변화시키는 것이 진리라는 것은 증명됐다. 이제 와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한다고 해서 북한이 변하지는 않는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북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돈을 쓰고 노력해야 한다. 드라마도 보내고, 영화도 보내고, 북한 주민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사회 민간단체가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민간의 영향력도 중요하다. 남북통일이라든지 거창한 목표보다는 북한 주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 : 연남통미가 북한의 의도다. 남북대화에서 소위 쌍중단 문제가 나오면 대화가 삐그덕댈 수밖에 없다. 북한은 평화공세를 통해서 자기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 차원에서는 남북관계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대화가 그렇게 순탄하게 북한의 의도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평창올림픽 때문에 대화 국면에 들었지만, 장밋빛 전망은 하기 어렵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금년 안에 할 것으로 본다. 작년 만큼 위기가 높아지지는 않겠지만, 올해도 상당한 굴곡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 : 보수정권 10년 동안 북한 주민들을 한 일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중요한 시점에 권력을 잡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이 통일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다. 이제는 절대로 김정은 정권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북한 동포들을 돌봐야 한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북한 주민을 위해 원대한 구상을 해야 한다. 과거 햇볕·압박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진지하게 북한 주민을 위해 고민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하 : 우선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위기 국면이 한 단계 넘어섰다는 점이다. 전쟁 위험은 많이 감소했다. 이것을 어떻게 평화로 연결하느냐가 우리의 무기다. 외교의 원칙에 상호주의 원칙이 있다. 하나 주면 하나 받고, 하나 받으면 하나 주는 것이다. 동족 간 잘사는 자와 못사는 자 간에는 하나 줬을 때 반개만 받아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회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을 줄 때 인색하면 안 된다. 평화의 디딤돌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군사회담까지 가야 한다. 체육(평창동계올림픽)을 끝내는 과정에서 군사회담으로 연결해야 한다. 불가침 협정까지는 어려워도 상호 간 교류와 통신만을 복원해서 대화를 하거나 핵무기를 놔두고 작은 교류라도 구축해야 한다. 평화통일의 문을 열려면 상생을 해야 한다. 제로섬으로는 평화통일이 어렵다. 상호 윈윈(win-win) 전략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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