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공화당 지도자와 각료 대회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공화당 지도자와 각료 대회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핵 버튼’ 공방 후 직접대화 시사

평창 계기로 적절시점 개입 의사

‘비핵화’ 조건에 북한 불응 가능성

“트럼프 변덕스러워” 지적도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과 제재, 군사옵션까지 거론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북미대화에 청색 신호가 들어올지 주목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 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있다’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맞서 “내 핵 버튼이 더 크고 강력하다”고 받아치는 등 연초부터 격화된 북미 간 ‘말의 전쟁’으로 긴장이 재연된 가운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당장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나는 늘 대화를 믿는다”며 “틀림없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도 “큰 시작”이라며 “그들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등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가 비록 ‘전제조건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답해 ‘비핵화 대화’가 돼야 한다는 조건을 고수하긴 했으나 앞서 북미간 직접 대화채널을 언급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시간 낭비’라고 공개 면박을 준 때와 비교하면 확연한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올림픽 문제에 대한 논의부터 해서 북핵 해결을 위한 실질적 소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특히 남북 간 대화 모드 조성이 자신이 주도한 강경 대북 노선 덕분이라며 ‘미국 역할론’을 거듭 밝히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 발언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프랑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의향을 내비쳤다고 소개하며 “귀한 남북대화가 북한의 핵무기 추진을 둘러싼 위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핵전쟁 공포를 고조해온 ‘말의 전쟁’에 가담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호전적인 언변으로부터 한 발 더 멀리 돌아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CNN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최근 트럼프의 ‘핵 버튼’ 트윗과 ‘미국본토 전역이 핵 타격사정권에 있다’고 한 김정은의 신년사로 북한 핵무기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하는 와중에 나왔다”고 위기완화 가능성을 주목했다.

미국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의 대화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며 “북미 직접대화가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에 내민 ‘올리브 가지’가 남북 간 대화를 통해 북미 대화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며 핵 무력 완성을 주장해온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대화’ 요구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시시각각 변하는 발언과 도발도 중요 변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는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하겠다”고 밝혔으나 취임 이후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자 김 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등 말폭탄을 던져왔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봄 김정은과 만날 의향을 밝히고서 북한 핵 도발이 이어지자 방향을 틀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위협과 대화제의 사이에서 흔들거렸다”고 변덕스러운 태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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