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추진하는 ‘명성교회 세습반대 1위 시위’가 새해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인 시위 참가자가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종로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회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추진하는 ‘명성교회 세습반대 1위 시위’가 새해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인 시위 참가자가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종로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회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7

사과문 냈지만 세습철회 없자 부자세습 찬반 대립 과열
신학생·교사들 비판 잇따라 “진정성 있는 사과는 사퇴뿐”
은퇴목사회, 세습 반대 질책 “유익한 방향으로 비판하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 개신교계에 충격을 안겼던 명성교회 부자세습 논란에 따른 후폭풍이 새해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명성교회는 새해 첫날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 교단지인 ‘한국기독공보’에 공식사과문을 게재했다. 또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김삼환 원로목사의 최측근 김성태 장로가 수석장로직에서 사임했다. 하지만 세습 논란이 사그라들기는커녕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명성교회는 최근 김삼환 원로목사, 김하나 담임목사 외 당회원 일동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교회 측은 사과문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우리 교회 일로 한국교회와 많은 교우들에게 큰 걱정을 끼쳐 드린 것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를 명성교회가 명확히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세습 비판을 피해가려는 입장으로 비치면서 교회 안팎의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명성교회는 “우리 교단(예장통합) 총회와 서울동남노회, 그리고 명성교회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서 여러 모양으로 보내주신 질타와 충언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보였다. 겉모양은 사과의 의지를 보였지만 그렇다고 교회 안팎에서 요구하는 ‘김하나 목사의 담임직 사퇴’ 즉 세습 철회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김 목사 거취와 관련된 언급은 한마디도 없어 사과문을 접한 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신학생들과 명성교회 교사들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우려를 숨기지 않고, 김 목사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신학생들은 명성교회의 이번 사과에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를 위한 신학생연대(신학생연대)’는 3일 성명서에서 “진정한 의미의 사과는 교단의 헌법을 준수해 세습을 철회하는 것”이며 “(명성교회 사과문을 보면) 진정성이나 책임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명성교회는 이번 한국기독공보에 실린 사과와는 다르게 세습 반대 활동을 억압해왔다”며 “세습에 반대하는 목사를 노회에 기소하고, 동남노회 비대위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선교비 지원을 중단했다”고 비판했다. 이뿐 아니라 노회의 표결권을 가지고 있는 다른 미자립교회에 대한 지원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행태는 명성교회의 돈과 영향력을 앞세워 세습을 관철시키려는 태도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김성태 장로의 수석장로직 사퇴에 대해 “세습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김삼환 원로목사와 김하나 목사님에게 있다”며 “희생양을 앞세워 사건을 무마하려는 행태가 세상 정치권력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이 정녕 교회다운 모습이냐”면서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신학생연대는 “내부의 파열음만 가속시키고,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울 뿐”이라며 “명성교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과는 교단의 헌법을 준수하고 세습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김하나 목사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명성교회 일부 교사들도 세습 비판에 동참했다. 교사들은 “세습이 학생들에게 부끄럽다”고 했다. 명성교회 교회학교 교사 105명은 입장문에서 “교회가 부자 세습을 선택한 상황에서, 교사인 우리는 학생들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명성교회의 주인은 목회자가 아닌 우리의 참 목자이신 예수님이다”며 “사랑하는 명성교회가 이 땅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시 감당하도록 부자세습을 철회하고 부끄러운 길에서 돌이키라”고 촉구했다.

예장통합 전국은퇴목사회는 지난 6일 명성교회 세습을 두둔하는 성명을 한국기독공보에 실어 세습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출처: 한국기독공보 캡처)
예장통합 전국은퇴목사회는 지난 6일 명성교회 세습을 두둔하는 성명을 한국기독공보에 실어 세습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출처: 한국기독공보 캡처)

반면 예장통합 은퇴 목회자들의 모임인 전국은퇴목사회는 명성교회 세습을 두둔하는 성명을 발표해 세습 찬반이 갈리고 있다. 은퇴목사회는 한국기독공보 6일자 지면에 ‘전국 교회와 목회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성명 광고를 냈다. 이들은 먼저 명성교회에 권면한다며 “김삼환 목사가 이룬 이 신화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아름답게 기억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서울동남노회와 예장합동 총회를 향해서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처신과 공정한 재판을 주문했다.

은퇴목사회는 세습 반대를 외쳐온 신학생, 교수, 목회자를 겨냥해 “비판도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교훈이 되고 유익을 끼치는 방향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집단화해 비난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또 목회자들에게 “명성교회 세습을 북한식 세습이라는 식의 비판은 수정돼야 한다”며 “(세습이) 목회현장의 어려움과 임지가 없는 후배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만 입장표명을 지나쳐 집단화해 교회에 혼란을 주는 것은 안 된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세습을 반대해온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새해에도 예장통합총회 회관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 반대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같이 한국교회 안팎에서 세습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즉답을 피하고 있는 명성교회가 향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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