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화원이 월드컵 응원전이 끝난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미화원·경찰·스텝, 승리 기원하는 마음은 ‘하나’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길거리 응원전 현장에 있었지만 맡은 책임을 다하느라 마음속으로만 응원했던 이들이 있다. 환경미화원과 경찰, 통제 스텝 등···. 귀동냥으로 월드컵을 응원했다는 이들은 일하는 게 힘들었지만 월드컵이 끝난 아쉬움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용역업체에서 나온 환경미화원 최준규(50대, 남) 씨는 “월드컵 당시 새벽에 나와서 쓰레기를 주워도 힘든 것 하나 없었다. 오히려 한국이 이기면 신이 나서 일했다”고 전했다. 그는 “월드컵이 끝나 영동대로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좋다는 생각보다는 한국 사람이기에 섭섭한 마음이 더 크다”고 전했다.

다른 환경미화원 김모(50대, 남) 씨는 “나이지리아전 때는 새벽 3시에 응원전이 열려서 다음날 6시에 모든 경기가 끝났다. 그날은 오전까지 청소가 계속돼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래도 꿈만 같던 16강 진출에 성공해서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고 회상했다.

월드컵 8강 진출의 꿈이 4년 뒤로 연기돼 모두가 아쉬웠던 27일, 응원이 끝난 후 귀가하던 한 시민이 환경미화원에게 맥주 한 묶음을 전달했다.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송모(44, 남) 씨는 “늦게까지 애쓰시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드렸다.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데는 한 마음 한 국민이 아니겠느냐”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처음 통제 스텝으로 일했다는 이재문(24, 경기도 과천시) 씨는 “이전까지는 월드컵 응원객이었는데 오늘 스텝을 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일은 힘들었지만 한국이 아쉽게 져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씨는 26일 우루과이전에 앞서 오후 4시부터 나와 27일 새벽 1시 반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가 끝나면 빨리 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하는 일을 담당해 왔다. 치안과 함께 응원객의 안전을 위해 노력했던 월드컵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나이지리아전 때 처음 길거리 응원에 참여한 이후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경기도 성남시 부녀자원봉사단체의 한 주부는 “길거리 응원전에 나와 보니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고 쓰레기 줍는 일이라도 돕고 싶어서 나왔다”며 “앞으로 계속 참여하려고 했는데 한국이 8강을 못 가 더 이상 거리에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에서 고생했던 사람 모두가 늦게까지 일해도 힘들지 않았던 이유는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됐기 때문”이라며 16강 진출이라는 큰 꿈을 이뤄 행복했던 월드컵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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