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강원도 철원군 북서쪽에 위치한 백마고지를 방문한 UN 참전국 대학생들이 고지를 향해 열심히 올라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한민국의 분단된 현실 “안타까워”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6.25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이 되는 지난 25일 6.25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백마고지 전투 현장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6.25전쟁 당시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이역만리에서 UN 참전국 용사들이 목숨을 던졌다. 이들의 후손인 미국 호주 필리핀 인도 등 UN 참전국 및 의료지원국 교수 등 80여 명의 외국인 대학생들이 이곳 백마고지를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한남대 초청으로 6.25격전지와 전방부대 등을 방문해 분단의 현실을 느끼고 병영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24일부터 일정을 시작한 이들은 첫날 제20사단 잔디연병장에서 입소식을 갖고 신병교육대와 내무반, 역사관 등을 견학했다. 오후에는 훈련장에서 김형태 한남대 총장과 외국인 학생이 직접 전차에 탑승해 포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 지난 25일 강원도 철원군 북서쪽 12km 지점에 위치한 백마고지 정상에 오른 UN 참전국 대학생들이 반대편 가까이에 있는 북한 지역을 바라보면서 신기해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UN 참전국 대학생들은 25일에는 제5사단을 방문해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후 이곳 백마고지를 방문했다.

이들은 당초 백마고지가 아닌 군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DMZ 내로 들어가 휴전선과 불과 800m 떨어진 ‘열쇠전망대’에 올라가 분단 현장을 직접 볼 예정이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되면서 취소됐다.

백마고지 정상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조슈 워스(40, Joshua Wass) 씨는 바로 앞에 보이는 북한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경치를 바라보면서 감탄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앞에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져 있는 데 서로 오갈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계학 전공인 애버게일 케이니(21, Abigail Canney) 씨는 “전공 수업시간에 제2차 세계대전에만 포커스가 잡혀 있어 한국전쟁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었다”며 “미국의 대부분 학생들은 6.25전쟁에 대해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피해를 당하는 북한 사람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북한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날 지 알 수는 없지만 북한 정부가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명윤 한남대(22, 영어교육과) 학생은 “이 친구들이 UN 참찬국 후손들이지만 생각보다 6.25전쟁에 대해 잘 모른다”며 “하지만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듣고 우리들도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했다.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한 김국태(81,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씨는 UN 참전국 후손들이 왔다는 소식에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연신 “감사한 일”이라며 당시 백마고지 전투를 실감나게 설명했다.

전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김 씨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그는 당시 전우들의 희생이 백마고지를 역사적인 전쟁의 명소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6.25전쟁 당시 간성전투를 지원한 이진옥(81,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씨는 “기갑부대 30명이 거의 다 죽고 9명이 남았는데 5명은 몸이 불편해 어딜 못 다니고 오늘 4명만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전우들과 백마고지 한 번 가 보자. 우리가 참여는 안했지만 얼마나 치열한 전투지냐. 묵념도 하고 참배도 한 번 하자고 해서 온 것”이라고 밝혔다.

백마고지는 이날 하루 종일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6.25 당시 이곳에서 전투를 벌였던 참전 유공자와 이들의 가족, 미군과 국군이 단체로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1일 입국한 외국인 학생들은 7월 11일까지 한남대에 머물면서 한국학 강의를 듣고, 한국 음식 및 한복 체험, 도자기 만들기, 대덕연구개발특구 및 산업체와 전주한옥마을 견학 등 다양한 체험학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 UN 참전국의 한 여대생이 지난 25일 백마고지에서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에 참전한 김국태(81,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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