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샤대학 시절의 윤동주(앞쪽 왼쪽에서 두 번째). 그의 마지막 사진으로 추정된다(1942~43년경) ⓒ천지일보(뉴스천지)DB
도시샤대학 시절의 윤동주(앞쪽 왼쪽에서 두 번째). 그의 마지막 사진으로 추정된다(1942~43년경) ⓒ천지일보(뉴스천지)DB

시집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출간

 

日 국정교과서에 실린 윤동주 다룬 저자 에세이

약 4만 6000명의 고등학생 윤동주 대해 알게 돼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윤동주는 일본 검찰의 손에 살해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통한의 감정을 갖지 않고서는 이 시인을 만날 수 없다.”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1926~2006)가 자신의 에세이집 ‘한글로의 여행’에 윤동주 시인에 대해 기록한 부분 중 일부다.

이바라기 노리코는 1945년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했을 때다. 10여년간 시인으로 활동한 그는 1956년 남편과 사별한 후부터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한글 공부를 하면서 느낀 생각들을 한 데 묶어 에세이집 ‘한글로의 여행(1986)’을 출간했다. 에세이집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시인 윤동주’라는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에는 ‘서시’ ‘쉽게 쓰여진 시’ ‘돌아와 보는 밤’ ‘아우의 인상화’ 등 윤동주의 시 4편이 소개됐고, 저자의 해설도 달렸다.

이바라기 노리코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시인 윤동주’는 치큐마쇼보 출판사 편집국장 눈에 띄게 됐고, 이후 일본 고등학교 현대문 국정교과서에 11페이지에 걸쳐 실리게 됐다. 글이 실린 국정교과서는 146개 일본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약 4만 6000명의 고등학생이 이바라기 노리코의 글을 통해 윤동주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이바라기 노리코 (출처: 스타북스 공식 블로그)
이바라기 노리코 (출처: 스타북스 공식 블로그)

이렇듯 일본 사회에 한국인 시인 윤동주를 알리는데 일조한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를 모은 책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출간됐다.

시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가 32살에 쓴 작품으로, 패전 직후인 20대 초기를 회상하며 썼다. 그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나는 아주 불행했다” 등의 표현을 쓰며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는가 하면, 뒤늦게라도 청춘을 즐기고 싶다는 역설적 표현을 써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마음을 담아냈다.

또한 사상·학문·권위 등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을 야합(野合)이라고 말하며, 자기 자신을 믿고 떳떳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의 시 ‘기대지 말고’도 발표했다.

책에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기대지 말고’를 비롯한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 35편이 수록됐다.

책 끝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저자의 후기를 대신하는 글들이 실렸다. 책은 일본 고등학교 현대문 국정교과서에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시인 윤동주’ 전문을 소개한다. 또 한국 식민지 통치에 대한 저자만의 시각이 담긴 시 ‘장 폴 사르트르에게’ ‘총독부에 다녀오다’ 등도 볼 수 있다.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 스타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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