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남북관계에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먼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가 직접적인 물꼬를 튼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 개최를 바란다고 밝혔다. 나아가 북한 대표단 파견을 비롯해 남북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북측이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관련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의 획기적 계기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이라며 남북 간에 사실상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밝혔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언급이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그간 남북 간에 어느 정도의 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 간에 조금 더 대화가 진전되고 평창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이 참석하게 된다면 김대중 정부 때의 남북 간 화해무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고 통일부 등에 후속조치를 지시해 놓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남북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이에 북측이 2년 만에 판문점 직통전화를 연결시켜 본격적인 실무 협의를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차원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다. 북한의 작은 변화에도 예의주시하며 평화와 통일의 길을 재촉하는 것은 옳지만 자칫 북한의 ‘허언’과 ‘변심’에 다시 실망과 분노를 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마저 북한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다면 남북관계는 더 암담한 상황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북미관계까지 크게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전향적 반응에 진정성 있게 대하되 그들의 속내와 전략까지 충분히 파악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화해국면을 이용해서 우리 정부의 성과나 선거 등의 홍보 수단으로 삼겠다는 유혹도 떨쳐내야 한다. 정치에 이용하는 순간 남북관계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미국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남북대화의 실질적 복원은 미국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남북이 화해무드를 만들어내고 그 연장선에서 미국의 지지를 견인하면서 결국은 북미대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우리 정부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셈이다. 물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 것이다. 그럼에도 평창올림픽이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운 ‘평화제전’의 상징이 될 수 있겠는가. 북한에서도 얼마 멀지 않은 평창, 그곳에서 전 세계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냉전의 마지막 빙벽이 조금씩 녹아내리길 기대해 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