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해 들어 개헌 논의가 본격화 될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했으며 여당인 민주당도 그 일정에 따라 바짝 고삐를 죄는 형국이다. 그리고 국민의당도 지방선거와 개헌안을 동시에 투표하자며 개헌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여권의 개헌 드라이브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지방선거와 개헌안을 동시에 투표하는 데는 반대 입장이다. 자칫 개헌안이 지방선거 이슈를 덮거나 투표율까지 대폭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지방선거의 도구로 변질되지 말아야

자유한국당이 개헌안에 반대하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을 수 없기에 국회 통과는 어렵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유를 놓고 구체적인 협의를 하고 절충을 해서 일정과 내용 등을 조정하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밀어붙일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그리고 권력구조와 관련해서 국민의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권이 ‘대통령 4년중임제’를 고수하고 게다가 개헌안을 대통령 발의로 제안할 경우엔 문제가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우선 정치권 합의는 무산되고 결국 ‘문재인 개헌안’을 놓고 국회 표결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은 극한 대립과 갈등이 표출될 것이며 여론도 찬반으로 나뉠 것이다. 그리고 국회 표결은 3분의 2 이상을 넘지 못해 ‘문재인 개헌안’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개헌안’ 무산을 놓고 그 책임 공방이 한층 가열될 것이며 그 후 한 달쯤 뒤에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이럴 경우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개헌안’ 무산에 대한 책임을 놓고 ‘편가르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의 크고 작은 이슈들이 ‘문재인 개헌안 무산’이라는 블랙홀로 빠져들고 여론은 개헌에 반대한 야권을 ‘심판’하는 프레임으로 잡힐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서 ‘문재인 개헌안’에 국민기본권 보장과 지방분권 그리고 인권 조항들이 대폭 반영된다면 이를 무산시킨 야권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는 더 높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문재인 개헌안’을 무산시키다니!”, 아마 여권은 그런 야당을 심판하자며 6월 지방선거 정국에서 총공세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개헌안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마무리 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권 합의가 기본이다. 합의가 어렵다면 차선책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발의하는 개헌안으로 밀어붙인다면 정쟁이 더 격화될 것이고 여론도 충돌할 것이다. 지방선거 정국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혹여 그래서 여권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더라도 전형적인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이런 우려가 말 그대로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30년 만의 국민적 기대였던 ‘7공화국 개헌안’까지 선거에 이용하는 그런 권력은 분명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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