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기억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머리로 기억하는 ‘진술기억’, 그리고 몸으로 기억하는 ‘비진술기억’이 있다. ‘진술기억’은 측두엽의 해마에 의해서 언어나 도형을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비진술기억’은 절차기억이라고도 하는데 대부분 몸에 의해서 기억되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는 간단하게 진술기억을 ‘머리의 기억’, 비진술기억을 ‘몸의 기억’이라고 정리하겠다.

‘머리의 기억’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교양과 관계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며 생활 속에서도 가족의 전화번호나 가족과 식사할 때 무엇을 먹었는지, 그리고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몸의 기억’은 수영을 하는 법이라는지 젓가락을 잡는 법, 양치질 하는 방법 등이 해당된다. 건강한 사람은 누구나 쉽게 걷지만, 사실 걷는 것도 그 방법을 설명한다든지 그 설명에 의해 다시 걷다보면 몸의 이동이라든지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몸의 기억은 굉장히 오래간다. 10년 이상을 하지 않던 수영을 한다든가 자전거를 타보면 잠깐의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처음보다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10년 전에 배우고 말았던 것을 다시 기억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 아파트 비밀번호를 손끝으로는 기억을 하는데 숫자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 아파트에 이사온 지 10년이 넘었고, 심지어 번호를 바꾼 적도 없는데 말이다. 부끄럽지만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고백하자면 필자의 경우 거의 늦게 들어가는 편이다. 언젠가 잊고 온 것이 있어서 낮에 집에 갔는데 갑자기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나는 것이다. 캄캄하던 환경이 갑자기 환하게 바뀌었을 뿐인데 ‘몸의 기억’이 새롭게 인식해 작동을 한 것이다. 갑자기 아라비안나이트라는 동화에서 자기가 갔던 집을 찾기 위해 다시 눈을 가리고 찾아간 장면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한 이유는 몸의 기억을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필자가 권하고 싶은 것은 ‘몸의 기억’과 ‘머리의 기억’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을 하면 훨씬 오래 잘 기억할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 선생님들께서 단어를 외울 때 쓰면서 외우라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

발표가 있을 때에도 발표할 장소에서 제스처와 함께 기억을 해두면 훨씬 유리하다. 머리로만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한계가 있다. 수험생들도 누워서 공부를 한 것은 누워있을 때 가장 잘 생각이 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러므로 공부를 하려면 시험환경과 비슷하게 앉아서 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심지어 교복까지 입고 앉아서 공부를 한다고 한다. 물론 집에서 공부할 때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학교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그대로 느끼는 장점도 있을 테지만 몸의 기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상당히 좋은 방법인 듯하다.

한번 익히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특성을 가진 ‘몸의 기억’과 여러 번 익혀도 쉽게 잊어버리고마는 ‘머리의 기억’을 조화롭게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혹시 잘 잊어버려 고민이 된다면 어떻게 ‘몸의 기억’과 연관을 시켜 기억을 할지를 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깜빡깜빡하는 것을 조상 탓이나 나이, 그리고 IQ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생각을 바꾸고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가 있다. 특히 몸의 기억을 잘 활용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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