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동백꽃 - 문충성
[마음이 머무는 시] 동백꽃 - 문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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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문충성(1938~  )

 

누이야
동백꽃 피어나는 꽃 소리
들어본 적 있느냐.
사각사각 맨발로 하얀 눈 한 겨울

캄캄함을 밟아올 때
제주바다는 이리저리 불안을 뒤척이고
찬바람을 몰아다니던
낙엽 소리 돌들 잠재우며
밤새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아련히
나의 잠 속에 묻혀가고 있다.
 

[시평]

많은 사람들이 동백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다른 꽃들이 다 지고 난 겨울철에 피기 때문이다. 이 동백꽃이 피는 겨울에는 곤충이 없기 때문에 향기로 곤충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강한 꽃의 빛깔로 꿀을 좋아하는 동박새를 불러 꽃가루받이를 한다고 한다. 그만큼 동백꽃은 그 꽃의 빛깔이 강렬하기도 하다. 겨울, 눈 오는 계절, 그 순결한 새하얀 눈 속에서 강렬한 붉은 빛으로 피어 있는 동백꽃. 그래서 동백꽃은 청순하며 열정적인 여인에 흔히 비유되기도 한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동백꽃 아가씨(椿姬)’를 바탕으로 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하얀 눈이 먼 하늘로부터 사각사각 맨발로 캄캄한 어둠을 밟고 오는 계절, 한 겨울. 제주 바다는 불안스럽게 이리저리 온몸을 뒤척이고, 창밖으론 찬바람 우르르,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그러한 밤. 사람들 왠지 잠 못 들어 한다. 잠 못 들어 이리저리 뒤척일 때, 어디에선가 그 선명한 동백꽃 피는 소리, 꽃소리. 뒤척이는 잠결 아련히 묻혀온다. 잠결 아련히 묻혀오는 동백꽃 피는 소리에 감싸여 드는 겨울밤의 잠. 청순했지만, 동백꽃 같은 열정 가슴 어딘가에 숨겨둔 채 살아가던 ‘누이’, 그 ‘누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시인은 ‘누이야, 동백꽃 피어나는 소리 들어본 적 있느냐’며 가만히 혼자 되놰 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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