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종교인근로소득과세를위한국민운동본부와 종교투명성감시센터준비위원회가 ‘누더기 소득세법 시행령 철회 및 공평과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5
지난 12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종교인근로소득과세를위한국민운동본부와 종교투명성감시센터준비위원회가 ‘누더기 소득세법 시행령 철회 및 공평과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5

조계종, 소득 아닌 수행 필수경비 신고 않기로
보수개신교, 法 위배·위헌소지에 세무조사까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올해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는 가운데 조세형평성 논란과 함께 종교활동비를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다. 일부 종단에서는 정부가 비과세 항목인 종교활동비에 대한 신고 의무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넣기로 하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발끈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목사의 목회활동비와 승려 수행지원비(수행수용비), 신부 성무활동비 등 종교인의 종교활동비 항목을 비과세 대상으로 지목했다. 단 연1회 신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법으로 담아냈다. 소득 신고는 법 해석에 따라 세무조사의 근거 자료로 쓰일 수 있어, 이에 일부 종교단체들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조계종은 종단 차원에서 승려 수행수용비에 대한 소득신고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우는 등 행동으로 옮겼다. 수행수용비는 종교활동에 따른 소득이 아니기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며, 수행을 위한 필수경비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조계종은 “참선수행과 기도수행, 염불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구하는 스님들에게 사찰에서 지원하는 수행지원과 관련된 비용은 ‘소득’이 아니다”며 “(수행은) ‘종교활동’도 아닌 그 자체가 우리 종단의 존립기반인 승단을 유지하는 기본 목적”이라고 밝혔다. 조계종단은 최근 전국 사찰에 종교인 과세 시행에 따른 ‘소득신고 및 회계처리 지침’을 안내책자로 만들어 배포했다. 안내책자에 따르면 조계종은 종교활동비를 ‘수행수용비(신고 않기로)’와 ‘종무활동비(소득 신고)’로 구분하고 있다.

수행수용비는 ▲승려의 수행생활 유지를 위해 지원하는 최소한의 비용(안거 해제비, 거마비, 객비) ▲승려의 기본생활 지원 비용(용채, 목욕비·병원비 등 대중스님 일상생활 지원비) ▲임시 소임자에게 지원하는 최소 비용(입승, 찰중, 원주, 별좌, 지객, 학인 등) ▲출가 본래목적 달성을 위한 교육비(선원, 율원, 강원 등 학인들에게 지급하는 비용)다. 종무활동비는 판공비와 차량지원비, 출장비 등 종무집행을 하거나 소임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급하는 비용이다.

조계종은 수행경비에 대해선 신고하지 않고, 종무활동 경비는 신고할 것을 내부 방침으로 세웠다. 정기적 지급 비용인 ‘직무수행비’와 비정기적 비용인 보시금과 초청법회 법사비, 강의비, 행사 출연료, 원고료 등은 과세 대상이며 신고해야 한다.

사찰 회계 관련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이들은 “그간 기도비, 불사비 등을 주지스님 개인명의 통장으로 관리해 온 사찰은 즉시 사찰명의로 변경 관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주지스님 개인소득으로 오인돼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조계종은 1월 중 소임공제 신청을 위한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할 계획이다. 관련 홈페이지가 운영되면 온라인으로도 소득공제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단은 별도 공간과 인력을 마련해 스님 개인의 세무신고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종교인 과세 시행에 따른 종단 차원의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종교활동비에 대한 개신교계의 의견은 찬반으로 갈려있다. 진보 교계는 수용하는 입장이며 적극적으로 과세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종교활동비 신고의무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교회교단장회의(한교총),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는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종교단체의 지급명세서 제출시 종교인 소득과 함께 종교활동비를 신고하도록 하고, 세무조사까지 한다는 재입법안은 종교의 자유와 정교 분리의 원칙을 심각히 침해한다”며 “이는 소득세법 제170조에 명백히 위배되는 조치다. 또 종교활동을 위축시키고 종교탄압을 불러일으킬 개악법이 될 것이 명확하므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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