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7일 남북체육교류협회 사무실에서 김경성 이사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가 사실상 확실하다고 말하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4
지난 12월 27일 남북체육교류협회 사무실에서 김경성 이사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가 사실상 확실하다고 말하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4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평창올림픽 北참가 가시권, 일등공신
“남북체육교류, 평창 후에도 지속돼야”
북한의 국제기준 준수 의지에 환영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 파견 용의가 있다는 의견을 꺼낸 뒤 남북 대화 모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바로 판문점에서의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고, 이에 북한이 23개월 만에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하면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점점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김경성(59)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의 숨은 공이 크다. 그는 지난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중국 윈난성(雲南省) 성도 쿤밍에서 ‘제3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이 대회는 남북 선수들이 2년 만에 만났다는 것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린 남북교류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컸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와 요청을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 대회였다.

김 이사장은 대회기간 내내 북측 체육계 지도자들과 만나 평창 참가에 대해 꾸준히 대화를 나눈 결과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에 그는 지난 12월 28일 본지를 통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거의 확실하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그대로 나타났다.

김 이사장은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는 그동안 우리 협회 노력이 반영됐고, 특히 지난 12월 중국 쿤밍에서 주최한 남북스포츠교류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해 협력을 예고한 바 있다”며 “향후 남북 당국 간 해결이 어려운 부분을 우리 협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평창올림픽에서의 남북대화가 관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10년 넘게 북한과 꾸준히 스포츠교류를 통해 4.25체육단 소속 남녀 축구선수에게 무상으로 축구화를 비롯한 장비와 기술 등을 지원해왔다. 이로 인해 북한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었고, 4년간 북한여자축구단에 아낌없는 지원을 함으로써 동아시아컵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북한에는 그의 이름을 딴 ‘김경성 체육인 초대소’가 건립돼 있다. 북에 세워진 남한 사람의 초대소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과 김 이사장뿐이며, 생존인물로는 김 이사장이 유일하다.

그동안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도 그가 아리스포츠컵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노력이 밑바탕으로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남북유소년축구 교류는 남북 간 유일하게 정기 교류로 정착된 교류전으로, 그간 남북한 지역에서 14번의 왕래경기와 중국서 6번 대회까지 총 20번의 대회가 열렸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빨간 동그라미)가 최문순 강원지사와 지난 달 19일 중국 쿤밍에서 개막한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참가한 북한 유소년 축구 선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제공: 강원도)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빨간 동그라미)이 최문순 강원지사와 지난 달 19일 중국 쿤밍에서 개막한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참가한 북한 유소년 축구 선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제공: 강원도)

후원자 성격에 따라 명칭이 계속 바뀌어왔으나, 아리스포츠컵 대회는 남북이 합의하에 정한 이름이라 앞으로는 바꾸지 않기로 했다. 2014년 제1회 대회는 연천 포격전이 있었음에도 해당 지역인 경기도 연천에서 개최됐고, 2015년 제2회 대회는 경기도 접경지 목함지뢰 폭발이 있었음에도 8월 평양에서 9박 10일간 드라마 같은 평화스토리를 만든 바 있다. 이같이 아리스포츠컵은 남북 간 긴장상태를 완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던 대회다.

그러나 지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중단과 함께 모든 남북교류를 중단시켰기 때문에 2016년에는 대회가 무산됐고, 남북 간 연락채널도 전부 단절돼왔다. 새 정부 들어서도 북한에 군사고위급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해도 북측은 호응을 하지 않았으나, 이번 아리스포츠컵을 계기로 묶였던 실타래가 풀린 것이다.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게 된다면 남북긴장 완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가능성이 커 남북 대화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큰 효과도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당시에도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가 참석한 바 있다. 평창에서도 북한 고위급 인사가 참석한다면 올림픽의 취지에 맞게 그야말로 ‘평화올림픽’이 되는 것이며, 평창(平昌)이 평화와 번창이라는 이름값을 그대로 하게 되는 셈이 된다.

북한에서는 김경성 이사장이 제안하는 것은 언제든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할 정도로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어 향후에도 그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은 “스포츠교류는 유엔 제재 사항에 포함이 안 돼 있으며, 오히려 유엔에서 장려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제스처는 남북의 정치적 환경에 상관없이 국제기준을 준수해 스포츠교류는 별개로 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남북스포츠교류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도 지속성 사업이 돼야 하며, 정치적 환경에 의해 중단해서는 절대 안되는 남북대화의 정책 중 하나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정치적 환경은 유엔 제재대로 이행하면서도 스포츠교류 역시 유엔 정신에 의거해 정부가 적극 장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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