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연락채널이 23개월(1년 11개월)만에 복구된 3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제공: 통일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연락채널이 23개월(1년 11개월)만에 복구된 3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제공: 통일부)

23개월간 단절된 대화 이틀 만에 회복

남북 최고지도자 진두지휘하며 가속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우리 정부를 향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긍정적 신년사 발표 후, 막혔던 남북 소통 회복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년사가 발표된 후 불과 이틀 만에 2년가량 단절됐던 연락채널이 복원됐다. 남북 최고지도자가 앞장서서 빠른 대응을 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남북 소통재개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지난 1일 김 위원장은 신년사 말미에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평창올림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인 북한의 신년사에 우리 정부는 바로 화답했다. 이날 오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용의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관계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며 발 빠른 소통회복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즉각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발표를 통해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의 고위급 당국회담’을 정식으로 제안했다.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회담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조 장관은 “정부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간 회담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회담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조 장관은 “정부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간 회담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

조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측의 참가문제 협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판문점 대화 채널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이 채널을 통해 의제와 대표단 구성 등 세부절차를 협의 진행할 것을 제의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정상회담 제안에 북한의 답신도 빨랐다. 북한 정부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리선권 위원장은 3일 오후 1시 20분께 조선중앙TV에 출연해 ‘김 위원장 지시’라며 판문점 연락채널 개통 의사를 밝혔다. 발표 후 실제 남북 통화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10여분에 불과하다. 이날 오후 3시 30분 북한이 먼저 판문점 연락 채널로 전화를 걸어오면서 실제 통화가 성사됐다. 첫 통화 내용은 연락관 사이의 상호 통성명이었으며 이후 20분가량 통신선 이상 유무에 대해 기술적 점검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일사천리로 진행 중인 남북의 관계복원 움직임은 양측 모두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실려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도 이날 발표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에 대해 보고 받고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국무회의 발언과 조평통 위원장의 발표라는 형식 역시 남북 최고지도자가 사실상 간접적으로 뜻을 교환한 방식은 과거 비선채널 또는 실무급 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수순을 밟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3일 북한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3일 북한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이날 오후 3시 30분(평양시각 오후 3시)부터 판문점 연락 채널을 다시 개통하겠다"고 조선중앙 TV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남북 고위급회담이 진행될 경우 일단 의제는 ‘평창올림픽’에 한정될 전망이다. 우리 측 조명균 장관은 “일차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가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리선권 위원장 역시 “북남관계 개선문제가 앞으로 민족의 염원에 맞게 해결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남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책임적으로 다루어 나가는가 하는데 달려 있다”며 평창 문제를 우선시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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