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리는 월드컵. 지금 지구촌은 2010 남아공월드컵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한민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감격으로 한껏 달궈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16강 진출의 과업을 달성하고도 축구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축제를 그 자체만으로 즐기지 않는 이들이 있어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그 안타까움의 중심엔 선수들이 골을 넣었을 때 펼치는 ‘골 세리머니’가 있다. 이미 월드컵 전에도 논란이 일었던 ‘기도 세리머니’는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마다 그들이 누비던 그라운드에서 어김없이 펼쳐졌다. 특히 이번 월드컵 대표선수들의 반 정도가 크리스천이어서 경기 전·후 기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기도 세리머니’는 지난 3월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에 의해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종평위는 한국축구협회에 공문을 발송해 공인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도 세리머니가 종교적·사회적 갈등을 유발해 국민 통합 저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선수 개개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 등과 대립각을 이루며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경기에서는 기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더욱 많이 볼 수 있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이영표 선수와 김동진 선수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기도했으며, 다른 크리스천 선수들도 합류해 동그랗게 모여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여기에 더해 이영표 선수가 하늘을 향해 ‘주여, 주여’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다.

혹자는 지나치다 할 수도 있겠지만, 선수 개인이 가진 종교에 대한 신념을 자신의 종교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포기하라고도, 표현하지 말라고 하는 것 또한 종교적·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월드컵은 축제다. 그리고 이 축제는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또한 즐길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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