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 스틸. (제공: NEW)
영화 ‘강철비’ 스틸. (제공: NEW)

 

‘변호인’ 양우석 감독 작품

강철비 근간 웹툰 ‘스틸레인’에서

김정일 죽음 그려 조회수 천만 돌파

강철비선 한반도 핵전쟁 눈앞에 묘사

냉철한 상상으로 전쟁 위험성 알려

 

전사에 열중해 후사에 다소 힘 빠져

정우성·곽도원 영화에 생명 불어넣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해 핵전쟁이 시작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무섭고 소름 끼치는 상상이다. 북한의 도발로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국민 모두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질 영화가 나왔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강철비’다.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일촉즉발 상황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북한 개성공단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북한 1호를 죽이기 위한 미군의 스틸레인(STEEL RAIN)이 발사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북한 1호는 치명상을 입게 되고 북한의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 분)’는 북한 1호를 데리고 남한으로 피신한다.

영화 ‘강철비’ 스틸. (제공: NEW)
영화 ‘강철비’ 스틸. (제공: NEW)

 

그 사이 쿠데타를 일으킨 북한 군부 세력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지만 막 새 대통령 당선을 맞은 남한은 구 대통령과 새 대통령 사이에 갈등이 생겨 혼란스럽기만 하다. 결국 임기에 따라 구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지시한다. 남한으로 내려온 엄철우는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 분)’와 만나게 되고, 이들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제2차 한국전쟁을 막기 위해 발버둥 친다.

영화는 픽션이다. 남북 첩보물이라는 것을 제외한 모든 설정은 허구다. 북한 1호를 치려는 군부 세력은 존재하지 않으며, 남한의 철우와 북한의 철우가 만나게 되는 우연을 넘은 인연도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마냥 픽션이라고 영화를 가볍게 보긴 어렵다. ‘강철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소재로, 남북한의 정치와 군사, 정세를 비교적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게다가 영화는 그냥 웃고 넘기긴 힘든 한반도 핵전쟁을 스크린에서 시뮬레이션화했다. 영화를 본다면 관객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영화처럼 될 수 있겠다’라는 끔찍한 생각을 하며 70년 전 한반도에서 발생한 한국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상기한다.

영화 ‘강철비’ 스틸. (제공: NEW)
영화 ‘강철비’ 스틸. (제공: NEW)

 

양우석 감독은 “남과 북이 처한 엄혹한 현실에 대한 상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세상이 된 것 같다”며 “남과 북의 긴장에 대해 냉철한 상상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강철비’라는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그가 남북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웹툰작가로 정평이 난 양 감독은 지난 2011년 ‘강철비’의 근간이 된 웹툰 ‘스틸레인’을 통해 북한 김정일의 사망을 그려 큰 충격을 전하며 조회 수 천만을 돌파한 바 있다. 이후 그는 10여년에 걸친 꾸준한 자료조사와 축적된 정치적·군사적 배경지식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핵전쟁을 다룬 ‘강철비’를 탄생시켰다.

그는 국민에게 전쟁의 위험성을 영화에 담고 싶어 했고, 영화엔 그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겼다. 영화 제목인 ‘강철비’는 영어로 ‘STEEL RAIN’이다. 이는 실제 존재하는 클러스터형 로켓 탄두의 별칭으로, 살상 반경이 매우 커서 전 세계 140여 개국 이상이 사용 금지협약을 맺은 무기다. 양 감독은 “이런 무시무시한 무기를 이름으로 사용한 이유는 남과 북을 둘러싼 현재의 전체적인 정황을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무서운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중의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강철비’ 스틸. (제공: NEW)
영화 ‘강철비’ 스틸. (제공: NEW)

제작진은 남북출입국사무소를 섭외해 촬영했으며, 북한의 철우 집 장면은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북한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 또 두 갈래로 갈라지는 남한 정치인을 볼 때마다 실소가 터져 나온다.

양 감독이 이토록 현실성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과 여러 가지 가설로 절정에 치닫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 안 된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요즘 세대들은 전쟁을 학교 운동회 정도로 생각하는 듯 쉽게 얘기한다. 영화는 그들에게 강력한 한방을 경고한다.

그러나 전사에 너무 열중한 탓인지 후사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 열심히 계주를 뛰다가 3, 4번 타자가 걷는 맥 빠지는 격이다.

너무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살린 건 배우들이다. 데뷔 24년 차 베테랑 배우 정우성은 완벽한 비주얼로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평양 사투리에 도전해 완벽한 북한 최정예요원이 됐다.

‘변호인’ ‘곡성’ ‘아수라’ ‘특별시민’ 등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곽도원은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간드러지게 부르고, “지디를 모르면 간첩이지. 너 간첩으로 여기 내려왔었어?” 등의 아재 개그로 흥을 돋운다. 영화는 지난해 12월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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