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성적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객관적인 평가가 마이너스를 말하는데 나는 아니라고 하면 그 성적을 누가 인정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어 국내외에 좌충우돌하며 기이한 성적표를 만들고 있다.

나라 안에 대형 화재를 보도하는 정책방송이 인명사상이 크게 난 사고를 조의를 표하는 엄숙한 방송이 아닌 가벼운 홈쇼핑 포맷을 사용해 방송을 내보냈다. 노동자들은 나의 노동이 정당한 값어치를 받을 수 있게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임금을 올리라고 나라 한복판 수도에서 매주 외친다. 홀로 하는 것이 아닌 무슨 연대, 노조 등을 동원해 대규모로 외치니 처음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무슨 난리가 난 것 같은 착각에 구경보다는 위험신호로 인식하고 얼른 자리를 피한다.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의 처우를 개선한다며 일방적인 최저시급의 개선으로 해가 바뀌는 시점을 기준으로 자영업자들은 영업을 접을까 말까를 고민한다. 기업들은 가뜩이나 안 되는 장사에 비용마저 떠안을 수 없어 국내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전직 지도권 공무원은 갈수록 태산인 정부에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고 식자층은 이렇게 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탄식을 하고 있음에도 선뜻 총대를 메고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

일단은 떨어진 기회에 내 자리만 확보하고 알맹이만 까먹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다른 것들은 나 몰라라 하는 생각들이 주변을 흐리고 사명과 책임을 뒷짐 지게 한다. 법도 제도도 대세를 따라 가는 세태에 할 말 잃은 어르신들은 벌써부터 뒷방 노인으로 들어앉았다.

어미는 자식을 위해 고생과 희생을 감내하고 자식의 양육과 미래를 열어 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에 휘말려 자식을 버리고 심지어 아이의 생명까지 앗아간다. 아비는 아내의 존재를 부정하고 탐욕에 빠져 자녀에게 해코지하다 못해 아이를 훼손하는 것까지 방관한다. 작금의 사태가 바로 기본을 나 몰라라 하는 우리에게서 시작됐다.

정부가 남의 나라의 내정간섭을 내정간섭이라 딱 손을 치고 내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건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다며 다른 것을 보장할 테니 넘어가자는 식의 엉거주춤, 스리슬쩍의 꼼수를 부리니 사회 역시 정부를 따라간다. 지도권이 확실한 법과 제도를 준수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해야 함에도 좋은 것이 좋다는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니 사태가 이 지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자신의 선을 지키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기능을 발휘하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선을 넘어서 남의 책임과 의무는 강조하며 정작으로 자신의 선 넘음을 알지 못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나라는 개인이 아니다. 나라의 존엄과 자랑이 쉽게 취급되면 안 된다. 자신이 무시당한 것이 아닌 나라가 무시당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세상에 자신의 안위와 편익을 두고 남의 편익과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나라는 없다. 그것을 요구하는 자체가 상식을 넘은 것이다. 2018년 이제 시작되는 한해 적어도 상식을 지켜주는 시작으로 출발하자. 특별함은 그 상식의 기반 위에 서야 하는 것이다. 외교 역시 관습과 관례를 존중받지 못하는 선에서 시작한다면 기본도 안 되는 마이너스를 초래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과의 자화자찬은 필요 없다. 잘된 일은 나보다 남이 더 알아준다. 이슈에 매달리지 말고 핵심과제를 풀어내는 것이 먼저이다. 우리의 주권, 나라의 존엄 그리고 국민의 미래의 삶에 박진감과 희망을 달아주는 것이 2018년을 달리게 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지나간 역사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 협상은 그들의 그 기저를 알고 시작해야 유리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단면이 아닌 그 이면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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