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나이지리아전 종료 직후 한국 대표팀이 16강 진출을 확정짓자 서울광장에서 응원하던 시민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문가들 ‘사회통합 원동력 삼자’ 한목소리

[천지일보=장요한·장윤정 기자] 23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첫 원정 16강 진출의 명운이 달렸던 나이지리아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 경기였다. 경기 종료 직후 16강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 5000만 국민은 하나 같이 “대~한민국!”을 외쳤다.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당시의 기쁨을 재연하듯 서울광장, 여의도 광장, 반포지구 인공섬, 코엑스광장 등 전국 곳곳에서 붉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서울광장의 ‘붉은 물결’은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2년 당시 외신들은 “축구공 하나로 전 국민이 똘똘 뭉친 한국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모든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 이번 월드컵 16강 진출을 계기로 현재 사회 곳곳에서 심화된 갈등양상이 화합과 사회통합의 길로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은 “월드컵을 통해 온 국민이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고 애국심을 갖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하고 “최근 들어 이렇게 온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구심점이 없었는데 월드컵이 우리 사회영역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남녀노소와 진보·보수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국민을 하나로 묶은 것은 비단 월드컵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조선총독부 지배에 항거해 일어난 3.1 만세운동(1919년)은 모든 국민이 하나가 돼 일제에 항거했다. 이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최근에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 14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환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유럽인들을 향해 “한국 국민이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결혼반지와 옷장 속에 보관해 둔 귀금속을 모았고 난방을 낮추고 식사를 줄이고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유재훈 국민대통합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볼 때도 외침과 위협을 많이 받아왔지만 위기 때마다 단합된 힘으로 이를 극복한 국민성이 있다”며 “월드컵을 통해서도 전 국민이 한 마음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 것은 국민통합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로 사회갈등 현안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화합하고 협력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을 함께 제시했다.

김동원 사회통합위원회 지원단장은 “16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응원 이후 쓰레기를 줍는 마음이 앞서야 유종의 미를 거두듯, 현실적으로 이익갈등 혹은 가치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 양보할 영역이 어디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순 소장도 “대립과 대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들고 한쪽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화합과 협력을 해보자는 의식을 바탕으로 정부나 시민사회 등 이해당사자 간의 태도가 변해야 월드컵 상승 기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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