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육사의 <꽃>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이육사의 시는 일제강점기 주권 상실의 시기에 조국 광복을 향한 강렬한 의지가 담긴 작품이 많다. 이육사의 대표적인 시라 할 수 있는 <광야>가 그랬듯이 <꽃> 또한 시인 자신의 결연한 의지가 표출된 시로 예언자적이며, 희망적이다.

시의 첫 행에 등장하는 ‘동방’은 당시의 조선, 우리나라를 말하고 있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우리나라(조선)를 일컬어 ‘동방의 빛’이라 했고, 동방이라는 단어 속에는 ‘해 뜨는 곳’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기독교에서는 이 해 뜨는 곳, 동방을 하나님의 말씀이 나오는 곳으로 의미하고 있다. 시편 84편 11절에는 하나님을 해요, 방패시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곳이 해가 뜨는 곳, 바로 동방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나라, 동방이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하에는 지도자도 주권도 없었다. 비록 나라는 잃었지만 백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갛게 꽃을 피웠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이지만 조국의 광복과 자유를 위한 강한 의지는 눈 속 깊은 곳에서도 싹을 꽃망울을 틔웠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나라의 백성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굴곡의 역사를 통해 조국의 소중함을 깨닫고, 조국 광복을 확신한다.

‘제비 떼’가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린다는 시인의 말에는 광복을 향한 간절함과 함께 민족의 염원은 꼭 이뤄지고야 만다는 확신까지 담겨있다.

이육사의 시가 그러하듯이 이 시 또한 예언자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광복되리라는 약속은 반드시 성취된다는 강한 확신을 보여준다.

나라마다 ‘좋은 소식’을 물고 온다는 새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제비’는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길조(吉鳥)로 손꼽힌다. 그러니 제비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까맣게 하늘을 덮을 정도로 날아오르길 기다린다는 시인의 마음이 얼마나 애절한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조국의 광복을 기다리는 시인은 광복이 단지 꿈이 아닌 현실임을, 꼭 이루러지고야 말 ‘약속’임을 강하게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약속이 이뤄지는 날 생명이 부정되는 극한 상황인 혹독한 겨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그 곳에서 빨갛게 핀 꽃들이 모여 하나의 성(城)을 이루게 된다. 시인은 광복된 조국에서 살아남은 민족을, 나라를 벅찬 가슴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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