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년카드에 ‘원자폭탄 피해 소년’의 사진을 넣어 배포했다. 교황청이 북한 핵 문제 등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교황이 새해 교황청 카드에 1945년 일본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의 사진을 게재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진에는 숨진 동생을 화장하기 위해 화장터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소년의 모습이 담겼다. 카드 뒷면에는 “전쟁의 결과”라는 제목과 함께 “어린 소년의 슬픔은 피를 흘리는 입술을 깨무는 표정에서만 드러날 뿐”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교황청은 이 사진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선택했고, 카드 제작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사진은 미국 해병대의 사진사 조 오도널이 원폭 직후 현장을 찾아 촬영한 것으로, 사진집 ‘일본 1945년: 그라운드 제로에서 온 한 해병대 사진사’에 들어 있다.

CNN의 바티칸 해설자 존 앨런은 “카드에서 교황의 입장이 새로 추가된 것은 없지만 교황이 연말연시에 배포될 특정한 이미지를 직접 선택한 것은 처음”이라며 “그 메시지는 현재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핵무기 위협이 고조되는 세계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지난해 성탄절 공식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계에)’에서 한반도 대치 상황을 우려하며 신뢰증진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12월 31일 송년 저녁기도 시간에도 “우리 인간이 하느님께서 주신 2017년을 죽음과 거짓, 불의로 낭비하고 상처를 냈다”며 “전쟁이 바로 그런 상습적이고, 부조리한 자만심의 증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교황은 2018년 제51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주제로 ‘이민과 난민’을 선정하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전쟁과 기아를 피해, 또는 차별과 박해와 빈곤과 자연 훼손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모든 사람을 자비심으로 끌어안자”고 호소했다.

이어 “그들은 빈손으로 온 것이 아니라 용기와 재능, 에너지와 열망, 그리고 고유문화라는 보화를 가지고 온다”며 “마음을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구체적인 대책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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