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황태자 루돌프‘로 분한 빅스 레오와 ‘마리 베체라’로 분한 배우 민경아가 포옹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9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황태자 루돌프‘로 분한 빅스 레오와 ‘마리 베체라’로 분한 배우 민경아가 포옹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9

1889년 유럽 뒤집은 ‘마이얼링 사건’서 모티브

초상화 등 화려한 무대 세트 관객 눈 사로잡아

황태자 이외에 다른 인물 설명 부족해 아쉬워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프레드리히 니체는 “사랑으로 행해진 일은 언제나 선악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눈 연인의 죽음은 세상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모든 것을 뛰어넘은 사랑을 한, 그리고 그런 사랑을 하는 연인들의 가슴을 적시는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가 공연 중이다. 작품은 1889년 1월 30일 오스트리아 마이얼링의 한 별장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루돌프’는 아버지 ‘요제프’ 황제의 강압으로 벨기에 국왕의 딸 ‘스테파니’와 정략결혼 생활을 유지 중이다. ‘마리 베체라’와 사랑에 빠진 루돌프는 이혼을 결심한다. 이혼은 실패하고 그는 황태자 자리에서 쫓겨난다. 루돌프와 마리 베체라는 둘의 사랑을 영원히 지키기 위해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뮤지컬은 2006년 헝가리에서 ‘비엔나: 마이엘링 어페어’라는 제목으로 초연됐다. 한국에는 2012년 ‘황태자 루돌프’라는 제목으로 소개됐고, 2014년 재연무대를 가졌다. 올해 삼연에서는 작품명을 ‘더 라스트 키스’로 바꾸고 관객을 다시 찾았다.

엄홍현 EMK 대표는 “기존의 제목인 ‘황태자 루돌프’는 유럽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유명인사의 이름인 데 반해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설다”며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자 두 사람이 아름다운 라스트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따서 제목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세번째로 한국 무대에 서는 뮤지컬은 지난 회차에 비해 내용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루돌프가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를 마리 베체라에게 밝히는 장면에 개그요소를 넣거나, 두 사람이 하룻밤을 지낸 후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등 작은 부분을 신경 썼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황태자 루돌프‘로 분한 배우 카이가 기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9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황태자 루돌프‘로 분한 배우 카이가 기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9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는 눈이 즐거운 뮤지컬이다. 의상·안무와 함께 극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무대 세트는 관객의 이목을 끈다. 거대한 액자에 걸린 왕족의 초상화는 그 자체로 위압감을 줘 황태자가 느낄 답답함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반면 루돌프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있을 때는 하얀 눈발이 날려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발은 루돌프와 마리 베체라가 죽음을 맞이할 때도 흩날리는데, 이는 둘의 마지막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장식해준다.

작품은 19세기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태자와 연인의 자살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나, 역사적 사실에서는 조금 빗나가 있다. 작품은 ‘불멸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당대 상황을 자세히 다루지 않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뮤지컬은 역사적 사실보다는 주인공 황태자가 느낄 심리적 갈등에 집중해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루돌프는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황제·귀족과의 갈등에 결국 황태자 지위를 박탈당한다. 대의를 이루지 못하고 개인적인 사랑도 지켜내지 못하는 우울한 상황 속에서 내린 결론은 설득력 있게 표현됐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황태자 루돌프‘로 분한 배우 전동석과 ‘타페 수상’으로 분한 배우 김준현이 연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9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황태자 루돌프‘로 분한 배우 전동석과 ‘타페 수상’으로 분한 배우 김준현이 연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9

하지만 다른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개연성이 빈약해 많이 아쉽다. 요제프 황제는 왜 그렇게 체제 유지에 집착하는지, ‘타페 수상’은 무엇을 위해 황태자를 견제한 것인지에 대한 묘사가 없어 실제 역사적 배경을 모르는 관객은 두 사람의 행보에 의문을 품게 된다.

뮤지컬은 영원한 사랑을 다룬 만큼 남녀 주인공의 케미가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전 시즌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안재욱과 최현주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결혼까지 한 터라 뮤지컬 팬 사이에서는 올 시즌 루돌프와 마리 역을 누가 맡게 될까가 화제이기도 했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황태자 루돌프(전동석 분)‘와  ‘마리 베체라(민경아 분)’가 서로를 그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9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황태자 루돌프(전동석 분)‘와 ‘마리 베체라(민경아 분)’가 서로를 그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9

지난 12월 22일 공연에서는 배우 전동석이 ‘황태자 루돌프’로, 배우 민경아가 ‘마리 베체라’로 분했다. 두 사람은 애틋한 감정을 지닌 연인 연기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두 배우 모두 딕션·발성·가창력이 좋아 개개인의 연기력에 빠져들었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는 오는 3월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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