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올해는 남북한에 분단 정권이 수립된 지 꼭 70돌이 되는 역사적 해이다. 지금까지 통일논단은 통일의 당위성과 절박성, 구체적 방안들에 대한 추상적인 논의로 작성됐으나 분단국가 수립 70주년이 되는 올해부터 보다 진지하고 구체적인 논단으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즉 통일의 작은 걸림돌은 무엇이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콕콕 찌르는 내용들로 전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통일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으며 바로 ‘도적’처럼 찾아올 수도 있다는 절박감으로부터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게 된 것임을 알려드리는 바이다. 오늘 신년 통일논단의 첫 번째 주제는 통일부의 최근 일련의 탈북민 정책에 관한 것이다.

3만명 탈북민시대가 열린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탈북민을 가리켜 ‘먼저 온 통일’ 내지는 ‘통일의 역군’이란 찬란한 수식어가 붙어 다니고 있지만 현실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탈북민 지원재단인 ‘남북하나재단’에 통일부의 낙하산이 분주하게 내려앉고 있다. 지난 11월 통일부 장관의 친구인 고○○이 이사장으로 내려앉더니 또 얼마 후에는 통일부 1급 출신인 한○○이 곧 사무총장으로 낙하산 줄을 잡았다고 한다. 현재 남북하나재단에는 3급 이상 간부 중에 탈북민 출신은 단 1명도 없다. 대한민국 정부 산하 기관 어느 곳이든 뒤져 보시라. 과연 그 재단 본래의 주인들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이름만 빌려준 ‘페이퍼컴퍼니’ 격 재단이 단 한 군데라도 있는지를….

장애인 재단에 가보면 이사장을 비롯해 대부분 장애인들이 고위 간부를 차지하고 있고, 기타 어느 재단이든 주인을 외부인이 점거한 재단은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이 있다.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많은 탈북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면서 탈북민 재단을 탈북민 위주로 개혁한다는 엄숙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탈북민 위주의 재단은 곧 탈북민들이 주인이 되어 재단을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탈북민들은 재단 이사장은 남한 사람이 맡더라도 사무총장을 비롯해 고위직 몇 자리 정도는 탈북민이 맡고 그래야만 남북하나재단이지 그렇지 않고 오늘처럼 ‘남쪽하나재단’을 두려면 차라리 재단 자체를 해체해 국방비로 그 예산을 써 달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약 중에는 탈북민 하나 자녀 가정 돌보기를 비롯해 탈북민 출신 박사학위 소지자 20명을 넘어선 오늘의 조건에서 탈북 학자들의 연구여건 마련에서부터, 나아가 현재의 재단을 북한의 눈치나 보는 통일부에서 떼어내 행정안전부로 옮겨 달라는 요구도 담겨져 있다. 왜 탈북민들이 통일부에서 떠나 행정안전부로 가기를 원하는가. 현재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전국 각지에 분포돼 정착하고 있다. 통일부는 중앙 조직에 머무르지만 행안부는 전국으로 행정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탈북민 복지와 정착을 행안부가 맡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더구나 통일부는 현재 평양의 눈치나 보면서 통일을 위한다고 하지만 거의 있으나 마나한 행정기구다. 북한의 조평통처럼 어느 기구 한쪽 귀퉁이에 꿰맞춰놔도 무방한 부평초 조직이다. 오죽 배가 고프면 탈북민들의 밥그릇이나 빼앗아 먹으려 재단에 군침을 삼키고 있을까. 행안부는 앞으로 북한이 통일될 경우 거기까지 행정력을 넓혀 나가야 할 미래지향적 기구다. 따라서 북한 각지에서 온 탈북민을 관리하고 또 그들을 통일의 역군으로 키우는 일은 당연히 행안부가 맡아야 하는 것이다. 통일은 먼 미래의 일인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탈북민 3만명은 그런 의미에서 잘 준비돼야 할 최고의 통일인재이며, 북한을 자유화 민주화 시장화 해야 할 값진 역군들이다. 그러자면 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남북하나재단이 제대로 된 인적구성을 갖추고 제대로 된 정착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선후배가 하나 되고, 북한의 구석구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탈북민들이 남북하나재단의 주인으로 될 때 통일준비는 절반은 끝마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아래서 벌어지는 끼리끼리의 ‘낙하산 축제’를 방치하지 말고 세밀하게 관찰해 탈북민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올바른 개혁을 펴 주시기를 간절히 당부드리는 바이다. 혹자는 탈북민 중에는 아직 하나재단의 간부를 맡을 인재가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기우일 뿐이다. 3만 탈북민 중에는 박사학위 소지자만도 20여명이 넘고 공무원 경력, 북한 전문가 경력 20~30년이 넘는 자격 적격자들이 수두룩하다. 다만 통일부의 낙하산 인사만이 장애일 뿐 탈북민 재단을 탈북민 위주로 개혁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와 같은 남북하나재단의 실정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실천에 옮겨주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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