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붉은닭의 해인 정유(丁酉)년 새해를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마지막 달 12월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새로 맞이하는 날 아침은 항상 여생에서의 첫날이라는 의미를 담은 ‘오늘은 바로 남은 삶에서의 시작의 날’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생명표’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은 남자가 79.3세, 여자가 85.3세로 평균 82.4세에 이르고 있다. 이는 OECD 평균보다 남자는 1.4세, 여자는 2.3세 그리고 평균으로는 1.8세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노인 심리학자 브롬리(D. B. Bromley)는 태어나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4분의 1은 성장하며 보내고,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며 보낸다”라고 했다. 평균수명을 80년으로 볼 때 60년을 늙어가며 보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생의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며 지내는 것일까? 

영국의 일간지 ‘더 선(THE SUN)’지에 평균수명을 80년으로 보았을 때 일생동안 어떤 일에 얼마의 시간을 소비하며 지내는지 활동별로 비교한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다. 이는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로 생활문화가 많이 다른 우리 일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을 수 있지만 그 패턴을 살펴보는 것은 무척 흥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더 선’의 보도에 따르면 일하는 시간이 26년(22만 7760시간)으로 가장 길게 나타났고, 아침에 깨어날 때마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잠자는 시간이 25년(21만 9000시간)으로 2위였다. 일과 잠으로 지내는 시간을 합쳐보면 평생 시간의 64% 가까이 되는데, 이를 하루 24시간에 도입해보면 15시간 반이 넘으며, 일상에서 일과 잠으로 보내는 시간을 빼고 남는 시간은 8시간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TV시청 시간이 10년(8만 7600시간) 정도로 하루 시간으로 계산하면 3시간이 넘는 3위였고, 식사나 간식을 하는 시간이 6년(5만 2560시간)으로 4위에 자리하고 있다. 전화 통화 시간이 4년(3만 5040시간)으로 5위에 올라 있는데, 이는 하루 중 1.2시간을 전화통을 잡고 지내는 것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반화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 시간은 훨씬 더 길 것으로 생각된다.  

화장실에 가는 시간이 3년으로 6위,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지내는 시간과 화를 내며 지내는 시간이 2년으로 같게 나타난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남성과 여성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우선 부엌에서 일하는 시간으로 여성이 2년 5개월, 남성은 1년 3개월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적 차이에 따라 그 시간은 여성이 영국보다 더 길 것으로 추정이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외모를 가꾸는 몸단장 시간(거울을 보는 시간)이 여성의 경우 평생 136일로 남성의 46일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좋아하는 이성에 관심을 가지는 시간인데, 남성은 1년인 데 비해 여성은 0.5년으로 2배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조사 항목 중 일상생활에서 미소 짓는 시간은 88일(2112시간)로 꼴찌로 나타났다. 웃음 짓는 시간을 하루에 10분씩 더 가진다면 1년에 3650분, 약 60시간으로 2.5일 정도가 된다. 이를 40세인 사람이 80세가 되는 기간인 40년에 도입해보면 약 100일로 조사에서 나타난 평생의 시간 88시간보다도 더 많은 시간이 된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는 말을 상기하며, 지금부터라도 일상에서 미소 짓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면 어떨까. 

평균수명이 80대로 진입하며 보람차게 살아가는 ‘웰빙(Well being)’, 아름답게 늙어가는 ‘웰에이징(Well aging)’ 그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삶을 마감하는 ‘웰다잉(Well dying)’이라는 말이 풍미하고 있다.

우리 삶은 평소 시간 관리에 대한 관심과 마음가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서 우리 삶의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지금이 바로 자신의 인생 80년의 시간에서 그동안 지내온 시간에 집착하지 않고, 앞으로 맞이할 시간의 효율적 관리에 대해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한 ‘오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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