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테헤란 대학에서 30일(현지시간) 반정부시위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진압경찰이 교문을 봉쇄, 대치하고 있는 모습( 제보자 사진). 28일 이후로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인 반정부 시위가 확산돼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출처: 뉴시스)
이란의 테헤란 대학에서 30일(현지시간) 반정부시위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진압경찰이 교문을 봉쇄, 대치하고 있는 모습( 제보자 사진). 28일 이후로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인 반정부 시위가 확산돼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30일(현지시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규탄하는 정치적 시위가 발생했다.

집회와 시위를 엄격히 통제하는 이란에서 이같이 수천명 규모의 시위대가 모인 것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28일 이란 제2도시 마슈하드에서 시작됐다. 수만명 규모로 추산된 시위대는 현정부가 물가 폭등과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마슈하드는 보수적 종교 도시이기 때문에 이번 시위가 중도·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조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다음 날 이 시위가 테헤란, 이스파한, 케르만샤, 아흐바즈, 하메단 등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반정부 시위’로 규정하기엔 규모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었다. 또 시위대에는 로하니 대통령을 반대하는 보수층, 민생고에 시달린 서민층, 실업이 시달리는 젊은층, 더 많은 자유를 원하는 급진 개혁파 대학생층까지 섞였다.

이들은 민생고뿐 아니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불만도 터뜨렸고, 이란 군부의 시리아, 레바논 개입도 규탄했다.

30일엔 이란 최고 명문대 테헤란 대학교에서 학생 수십명이 모여 통제 중심의 통치 방식을 비판했다. 일부 여성들은 히잡 의무 착용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교문을 닫아 대학생들을 막았고,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했다.

이란 정부는 이를 ‘불법 집회’라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이란 내무부는 “시민들은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불법 시위에 가담해서는 안된다”고 발표했다.

이날 해외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주프랑스 이란 대사관 인근에서 40여명이 모여 이란 정부에 시리아, 레바논 개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독일 이란 대사관 앞에서도 100여명이 모여 최근 시위로 체포된 시민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시위의 성격은 다층적이나 로하니 대통령으로서는 5월 재선에 성공한 지 반년여 만에 안팎으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여기에 이번 시위가 로하니 대통령만이 아닌 이란 최고의 권력자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까지 향하게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위에 대해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는 트위터를 잇따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는 이란의 선량한 사람들이 변화를 원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리고 미국의 방대한 군사력을 제외하고는, 이란인들은 그들의 지도자들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억압적인 정권을 영원히 인내할 수는 없고, 이란 국민들이 선택에 직면하는 그 날이 올 것이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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