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협력 넘어 경제.무역협력 확대
오바마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

(워싱턴=연합뉴스)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상대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신뢰를 표시하면서 이같이 표현했다.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악화됐던 양국 관계의 `재설정'(reset)을 목표로 해왔고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합의까지 이뤄낸 두 정상의 우호적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낸 레토릭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러 양국관계의 재설정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조지아 문제 등 일부 이슈들에서 러시아와의 차이를 인정했지만 "우리는 차이점들을 솔직하게 다뤘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양국의 공통의 이해관계, 협력 합의사안을 강조했다.

대(對) 테러전 공조를 위해 정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양국 경제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더 긴밀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은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숙원을 해결해주는 `큰 선물'을 제공했다.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오는 9월까지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화답이었다.

러시아는 WTO 가입을 꾸준히 추진해왔지만, 미국은 조건부로 러시아 가입을 지지해왔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옆에 둔 가운데 "러시아는 WTO에 가입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에서 힘주어 말했다.

이에 발맞춰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돌발적 사건으로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사령관을 교체하고 아프간전 수행에 암초를 만난 오바마 대통령을 거드는 태도로 맞장구를 쳤다.

미국의 아프간전이 과거 1979년 구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서 비롯된 아프간전의 재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러시아가 조언할게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행될 수 없는 조언은 안하겠다"며 미국의 아프간전 전략에 대한 개입을 피했다.

대신 러시아는 아프간의 재건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지난날의 시나리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증하는 것"이라는 말로 오바마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양 정상은 키르기스스탄 사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협력하기로 했고, 미국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에 대한 가금류 수출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미.러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안보 이슈 공조를 넘어 경제.무역 협력으로 확대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러시아는 세계 8대 경제대국이지만 미국과의 무역규모면에서는 25번째 교역국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회담은 과거 냉전시대에 스타일의 미.러 정상회담과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백악관 정상회담의 형식성을 탈피해 두 정상은 백악관을 벗어나 버지니아 주 알링턴의 햄버거 가게로 옮겨 `햄버거 오찬'을 함께 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양 정상이 깜짝 방문을 하자 손님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오늘 점심으로 버거를 같이 먹은 것을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전형적으로 미국적인 흥미로운 장소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며 "건강식은 아닌 것 같지만 매우 맛은 있었다"는 조크로 말을 받아 기자단의 웃음을 유발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이후 7번째로 이뤄진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양 정상의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의 전반적인 관계 `재설정'을 순조롭게 추진했다는 평가들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