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이 시발점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세월호 인양, 새로운 정부 출범 등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 마무리된 일들도 있지만 연말이 된 지금도 해결되지 못한 일들이 있다. 본지는 올해 문제 해결을 받지 못한 이들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이영철 민주노총 건설기계분과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이영철 민주노총 건설기계분과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인간답게 살고 싶다’가 여전히 가장 앞선 구호”
퇴직공제부금, 10년간 인상 없어 그대로
“투쟁 30년, 지금도 임금체불 심각해”

[천지일보=김빛이나, 명승일 기자] 해가 거듭돼도 반복해서 발생하는 사고가 있다. 바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다. 최근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를 보더라도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심각한 인명피해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여건 개선은 올해도 부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건설노조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 14일 본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영철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장을 만나 올해도 해결되지 못한 건설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들어봤다.

이 위원장은 먼저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그로 인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건설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이 나오긴 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건설현장에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등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자는 1년에 600명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이후 10년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은 ‘퇴직공제부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퇴직공제부금은 일용직근로자를 위한 일종의 퇴직금을 말한다. 앞서 지난 12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는 건설근로자의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공제부금 납입액을 하루 4200원에서 5000원으로 19%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일자리위원회의 발표는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법 개정이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된다”며 “이전 정부에서도 5개년 계획을 밝히며 건설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여러 안건을 밝혔지만 결국 실질적인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올해도 변함없이 지나가게 됐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지적이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노조가 실질적으로 활동해온 시간은 30여년이 다 돼 간다. 그간 투쟁을 계속 이어왔지만 아직도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말이 가장 앞선 구호가 되고 있다. 임금체불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그는 “시대가 바뀌어 ‘주 5일제’에 ‘52시간 노동’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건설노동자들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며 “아직까지도 장시간 노동을 해도 되고 임금을 적게 줘도 되고 위험한 곳에서 일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건설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건설업체가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 ▲기능인 등급제를 통해 직업의 전망을 갖게 하는 것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지급이 이뤄지는 것 ▲인건비와 건설기계장비대금만큼은 유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이산가족 박범헌씨.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이산가족 박범헌씨.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벤트식 이산상봉 말고 독일처럼 자주 왕래하자”
1.4후퇴 때 어머니·누님과 헤어진 박범헌씨
​​​​​​​“진보·보수 가르지 말고 하나 돼야 통일 성큼”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이산가족 상봉을 아무리 요구를 구하고 애절하게 이야길해도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 맘만 먹으면 차량을 운전해서 언제든지 북한에 갈 수 있는 날이 와야 해요.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통일 아니겠어요.”

올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남북관계는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게다가 남북접촉은 완전히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과 군사당국 회담 제안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답답한 형국의 남북관계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이들이 있다. 바로 북한에 가족을 둔 이산가족이다. 남북관계가 풀려야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이라도 만날 수 있을 텐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지난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게 마지막이다. 이렇게 세월이 흐를수록 이산가족의 속도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박범헌(74, 서울시 양천구)씨 역시 북한에 있는 가족이 사무치게 그리워 2001년경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적십자 쪽에서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기대는 매번 실망으로 끝났다.

5남매였던 박씨는 1.4후퇴 때 매형, 누나 등 가족 4명과 남한으로 넘어왔다. 황해도 서흥군 신막면이 고향이었던 그는 당시 7살에 불과했다. 그렇게 6.25전쟁으로 인해 어머니, 누님과는 헤어지게 됐다. 전쟁을 잠시 피했다가 전쟁이 끝나면 다시 만날 계획이었지만, 잠깐의 이별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박씨는 당시의 기억을 묻자 “엄마가 잘 다녀오라고 하면서 손을 흔든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어머니, 누님이 살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고 나선 이런 기대감마저 희미해져 갔다.

박씨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고 본다. 잠깐 만나고 오면 뭘 하겠나”라며 “우리 정부가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6.25 전쟁 같은 비극을 두 번 다신 겪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이산가족 몇 사람 만나는 이벤트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박씨는 “내가 내 가족을 만나는데 왜 돈을 주고 만나야 하는가”라며 “한때 금강산관광을 갈 수 있었는데 가지 않은 적이 있다. 내 나라, 내 땅에 가는데 왜 돈을 주고 가야 하는가”라며 현 남북분단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독일 통일처럼 자주 왕래를 해야만 한다. 그러면 남한의 물을 먹어서 북한 체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가오는 2018년도에는 “전 국민이 갈라지지 않고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통일이 저절로 된다”며 “진보니 보수니 서로 가르지 말고 마음이 서로 하나 돼야 한다. 그랬을 때 통일이 하루빨리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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