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동계올림픽] ①왕들도 반한 스릴 넘치는 ‘매사냥’
[선조들의 동계올림픽] ①왕들도 반한 스릴 넘치는 ‘매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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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평창동계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각국에서 오는선수들은 알파인스키·봅슬레이·피겨스케이팅·스키점프·컬링 등 다양한 종목에 참여한다. 선수들은 경기 규칙에 맞게 공정하게 경기에 임한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 선조들은 어떤 스포츠를 즐겼을까. 동계올림픽을 맞아 선조들이 즐긴 겨울 스포츠에 대해 알아봤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작가 심사정의 '토끼를 잡은 매'.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매 한 마리가 토끼를 잡는 긴장의 순간을 담고 있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매로 꿩이나 새·토끼 등 사냥
태조·태종, 매사냥 자주 즐겨
매사냥 업무 담당 관청 있어
고려 때 ‘응골방’이란 책 나와
조선 후기엔 일반 서민도 즐겨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빠른 속도로 하강해 한순간에 먹잇감을 휙 낚아채는 ‘매사냥’. 예로부터 선조들은 음력 10월 초부터 이듬해 해동(解凍)이 될 때까지 매사냥을 즐겼다. 과거에는 응방(鷹房, 매를 기르는 일과 매사냥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곳)이라는 관청이 있을 정도로 매사냥이 성행했다. 매사냥은 왕·양반층·서민층에 이르기까지 성인 남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졌다.

◆역사 속 매사냥

매사냥은 매나 기타 맹금(猛禽)을 길들여서 야생 상태에 있는 사냥감을 잡도록 하는 전통 사냥이다. 보통 매를 날려 보내 꿩이나 새를 잡고 토끼 등 작은 짐승도 잡았다. 원래 매사냥은 식량을 얻는 한 가지 방편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생존 수단보다는 동료애 등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매사냥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국시대에도 매사냥을 즐겼다. 고구려 시대 고분인 삼실총 벽화에 매사냥에 나선 응사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당시 매사냥이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백제 아신왕이 성품이 호매해 매사냥을 좋아했다고 기록돼 있다. 법왕 1년(599년)에는 살생을 금지해 집에서 기르는 매를 놓아주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또 고려시대 충렬왕 원년(1275년)에는 매의 사육과 사냥을 전담하는 관청인 응방이 설치됐다. 그 당시 몽골에서 매사냥이 성행해 매년 고려에 사냥매를 요구했는데, 이를 위해 응방이 설치됐다는 것이다.

또 고려 때, 문인 이조년이 쓴 ‘응골방’이란 책이 나왔는데 매의 생김새·훈련법·치료법·관리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책이 기록될 정도로 매사냥을 중요시 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고려시대의 유풍이 이어졌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매사냥에 대한 기록은 600여건이나 된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자주 매사냥을 구경했고, 그의 아들 태종은 친히 활과 화살을 차고 말을 달리며 매사냥을 했다.

박용순 응사의 매사냥 시연 모습(출처: 박용순 응사) ⓒ천지일보(뉴스천지) 
박용순 응사의 매사냥 시연 모습(출처: 박용순 응사) ⓒ천지일보(뉴스천지) 

 특히 조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은 ‘해동청’이라는 매 때문에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해동청은 최고의 사냥매로 중국까지 명성이 알려져 중국 황제들이 좋아하는 조공품이었다. 그런데 이 매를 구하는 것은 어려웠던 듯하다. 이에 세종은 해동청을 구하는 이들에게는 포상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벌을 주기도 했다.

매사냥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조선 왕실에서 쇠퇴해갔다. 반면 일반 서민들의 겨울철 사냥놀이로 매사냥이 자리 잡아갔다. 일제강점기까지도 매사냥은 서민 사이에서 성행했다. 1960년대까지 매사냥은 전국에 그 풍습이 남아있었다. 그중에서도 함경남도가 단연 으뜸이었고 다음이 평안북도였다. 함남에서는 매사냥으로 북청군과 갑산군이 가장 유명했다.

참매는 나이에 따라 보라매(태어난 지 1년이 되지 않은 매), 초진이(1~2년생), 재진이(태어난 지 2년이 넘는 참매)로 나누어지는데, 함경도에서는 보라매를 추매, 초진이를 육두(六頭)매라고 불렀다. 북청군에서는 매부리를 소하치(수할치의 사투리)라고 불렀다. 매사냥은 선조들의 그림 속에도 담겨있다.

단원 김홍도는 ‘호귀응렵도’에는 꿩을 잡은 매의 기세가 억세게 표현됐고 왈왈 짖는 개들의 모습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작가 심사정의 ‘토끼를 잡은 매’ 그림에도 부리부리한 눈을 한 매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토끼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늠름한 모습을 하고 있는 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늠름한 모습을 하고 있는 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9

 ◆11개국, 유네스코에 매사냥 공동 등재

매사냥은 살아있는 인류유산이기도 하다. 매사냥의 전통은 60여개 국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및 동아시아, 중동 아시아, 북아프리카 및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매사냥의 전통 명맥은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이 같은 매사냥의 우수성을 인정해 지난 2010년 ‘매사냥, 살아있는 인류유산’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와 아랍에미리트, 오스트리아, 헝가리, 몽골, 카타르 등 총 11개 국가가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국가가 다르고 지역마다 매가 조금씩 다를지라도 보편된 가치·전통·기술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현재 국내에도 2명의응사가 있다. 전라북도 진안의 박정오 응사와 대전광역시의 박용순 응사이다.

이들 모두 시도 무형 문화재 기능 보유자로 지정돼 매사냥의 전통을 잇고 있다. 이처럼 매사냥은 산야를 뛰어다니면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를 수 있는 매우 흥겨운 겨울철 운동이었다. 한 해의 농사를 끝낸 후 농한기에 생활의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가지면서 행했던 매사냥은 취미 활동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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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휘 2018-01-07 11:13:27
매가 참 늠름허네요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