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제천=박완희 기자] 지난 21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8~9층 테라스와 캐노피(햇빛 가림막)이 건축법을 위반해 불법으로 건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5일 사고 건물 8, 9층 테라스와 캐노피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5
[천지일보 제천=박완희 기자] 지난 21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8~9층 테라스와 캐노피(햇빛 가림막)이 건축법을 위반해 불법으로 건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5일 사고 건물 8, 9층 테라스와 캐노피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5

매뉴얼 따라 수색지역으로 지하 선택
“빠른 상황 전달 시스템 구축해야”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제천화재 당시 소방당국의 늑장 구조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합동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장비, 시스템 등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29일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제천 화재 당시 119신고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첫 신고는 21일 오후 3시 53분부터 3시 59분까지로 약 6분가량이었다. 119에 전화를 건 A씨는 2층에 자신을 포함 10명 정도가 갇혀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녹취록에서 A씨는 “2층 사우나에 불이 났으니 빨리 오라”고 구조 요청을 했으나 119상황실 직원은 “빨리 대피하라”는 말만 6차례 반복했다. 이어 두 차례에 걸쳐 “2층 여탕에 있다”며 “숨 못 쉬어 우리 죽어”라고 당시 절박한 상황을 알렸지만 상황실 직원은 “여탕은 지하에 있어요? 몇 층에 있어요 지금?”이라고 되물었다.

첫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A씨의 신고 전화가 끊긴 뒤 7분이 지난 오후 4시 6분이었다.

고드름을 제거하기 위해 출동하다가 스포츠센터 화재 신고를 받고 방향을 돌린 구조대(4명)는 현장에서 건물에 매달린 생존자 1명을 에어 매트로 구조하고 나서 2층이 아닌 지하 수색에 나섰다.

[천지일보 제천=이현복 기자]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네스센터 화재 사고 현장. 화재가 진압된 가운데 시커멓게 탄 건물 잔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문에선 흰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1
[천지일보 제천=이현복 기자]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네스센터 화재 사고 현장. 화재가 진압된 가운데 시커멓게 탄 건물 잔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문에선 흰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1

당시 상황에 대해 구조대장은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전기가 안 된 건지, 못 들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2층 구조와 관련된 무전을 받지 못했다”며 “현지 지휘팀장도 건물에 매달려 있는 생존자 외에는 얘기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층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면 당연히 그리로 향했을 것”이라며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구조 매뉴얼에 따라 완전히 고립될 수 있는 지하를 우선 수색지역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119상황실에서는 A씨와 통화하던 중간에도 현장 출동대에 “구조대 빨리 2층으로. 여자. 여자. 2층”이라고 무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무전을 보낸 시점에 현장에서는 응답이 없었고 다급해진 상황실은 오후 4시 4분께 부대장 역할을 하는 화재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2층 상황을 알렸다.

상황이 알려진 후 소방 구조대가 2층 진입을 시도한 시간은 이로부터 한참 뒤인 오후 4시 37분이었다. 2층 여성 사우나 희생자들은 애가 타게 구조를 요청했지만 현장 구조대에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구조가 지연돼 이곳에서만 20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구조대장은 “구조대원의 산소통을 보충하려고 지하에서 올라왔을 때 소방서장으로부터 2층 진입 지시를 처음 받아 사다리를 설치하는 등 2층 구조를 시작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화재 진압 당시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천지일보 제천=이현복 기자] 화재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26일 소방청 중앙소방특별조사단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6
[천지일보 제천=이현복 기자] 화재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26일 소방청 중앙소방특별조사단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6

무전 신호가 닿지 않는 음영 지역은 평소에도 무전기가 먹통일 때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급한 현장 상황에서는 무전 소리를 못 들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화재 현장 정보를 입수해 현장 대원들에게 전달하는 지휘부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구조 현장에서 중대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현장 상황에 맞게 구조가 일원화 되는 부분이 필요하다”며 “특히 현장 투입 인원에게 곧바로 현 상황이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 매뉴얼도 필요는 하지만 그 형식에 얽매여서 상황에 맞는 대응을 못한 것으로 작용하면 취지에 어긋난다”며 “현장에 맞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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